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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영리병원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12/06 [11:49]

[기자수첩]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영리병원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12/06 [11:49]

 © 박영주 기자

대한민국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허가됐다. 지역 활성화 및 관광산업 재도약이라는 명목을 앞세웠지만, 정작 속내에는 투자된 중국 자본의 손실로 인한 한중 외교문제 비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반영돼 있었다. 

 

실제로 녹지국제병원은 중국기업 녹지그룹의 자회사가 778억원을 투자해 지은 병원이다.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로 허가된 만큼, 사실상 제주도에 지어진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인이 중국자본을 투자해 중국인들을 위해 지은 영리병원이라 할 수 있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정면으로 위배한 결정이다. 

 

하지만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투자된 중국자본 손실 문제로 인한 한중 외교문제 우려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 △민사소송 등 손해배송 문제 △이미 채용된 직원 134명에 대한 고용문제 등을 이유로 승인을 강행했다. 

 

그러면서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 약속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원 지사의 약속이 얼마나 효력을 가질지 여부다. 이미 투자된 중국자본과 직원들이 겁나서 영리병원 승인이라는 결정을 내린 제주도가 목적 위반을 인식했다고 해서 허가취소를 정말 결정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아닐말로 목적을 위반했으니 허가취소를 권고한다고 제주도가 날을 세웠을 때 중국자본이 손해배상을 요구할 경우 또다시 같은 이유로 허가취소를 없던 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섬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내국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의 진료과목을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4개로 한정하고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선 병원에서 내국인이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 될 수 있다. 

 

외국인만 이용하게 할 수 있는 법적효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법에 따르면 병원은 환자에게 진료를 거부할 수가 없다. 때문에 국내 환자들이 가서 진료요구를 하고 녹지국제병원이 이를 거부할 경우 의료법에 위반될 수 있다. 

 

물론 제주도에서는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거쳤고 의료기관 입장에서 내국인 진료를 안해도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환자들이 진료를 받는지 안 받는지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고 병원 측에서 고객의 요청에 따라 기록을 남기지 않을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감시체계에서 한발 벗어나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대한민국 첫 영리병원인 만큼 특별법이 없어 더욱 사각지대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공의료체계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영리병원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건강과 치료보다는 수익창출에 목적이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선택해서 받고, 높은 이윤을 내는 것이 허용될 경우 다른 비영리병원에서도 일제히 ‘우리도 영리병원으로 전환시켜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의료시스템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을 불가피할 것이고, 영리병원이 확산될 경우 돈 없는 저소득층 계층이 제일 먼저 피해를 입게 된다. 모든 국민이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케어의 취지와도 완전히 반대되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의료시스템에 경제의 논리가 적용될 경우, 이윤이 적게 남는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급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흉부외과를 비롯한 외과계는 의료진 부족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 또한 때려서라도 가르칠 후배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의사들도 인간이다. 같은 노동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외과보다는 성형외과로, 비영리병원보단 영리병원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실력이 있고 능력이 있는 의사일수록 더더욱 유혹에 노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리병원은 비싼 돈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비영리병원은 적은 돈으로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양분돼 환자들이 몰리고 나아가 전체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가설은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인 만큼,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나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대로 의료의 평등성이 무너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 그 책임은 대한민국 첫 영리병원 허가를 내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비효과는 무섭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변화는 빠르게 일어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관리만 잘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나’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의 머릿속에는 영리병원 승인이 가져올 의료시스템 붕괴까지는 들어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시민 18/12/12 [09:20] 수정 삭제  
  애초부터 막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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