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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란 신호등] 광주형일자리, 구상과 ‘딴판’ 노사는 ‘들러리’

광주형일자리에 현대차는 ‘불가’ 현대·기아 노조는 ‘파업’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8/12/06 [09:43]

[勞란 신호등] 광주형일자리, 구상과 ‘딴판’ 노사는 ‘들러리’

광주형일자리에 현대차는 ‘불가’ 현대·기아 노조는 ‘파업’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8/12/06 [09:43]

한국은 갈등에 점령당한 사회입니다. 그중에서도 노사갈등은 그 뿌리가 깊고도 단단합니다. 한 해 100건이 넘는 노사분규가 발생합니다. ‘()란 신호등은 한 주 동안의 노사갈등을 찾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란 신호등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또 흔히 잘 안 풀리는 일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하듯 노사갈등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노란 신호등이라는 걱정도 담아봤습니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광주형일자리

‘3500만원보다 ‘5년 무단협이 문제

투자가치 없는 사업에 동원된 현대차

···정 참여실종, 결과 욕심만

 

광주광역시의 이른바 광주형일자리에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노동계 모두 온 종일 촉각을 세워야 했습니다. 광주형일자리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민정협의회는 5일 오후 현대자동차 완성차 공장 투자 유치를 위한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특히 현대차 노조는 불법이더라도 파업을 하겠다며 초강수를 뒀습니다. 광주형일자리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노조가 불법파업까지 거론하고 나섰을까요?

 

©Image Stock

 

광주형일자리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빛그린산단에 7000억원을 투입해 완성차 생산 공장을 세우는 사업입니다. 1000cc 미만 경형 SUV를 연간 10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합작법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연 3500만원으로 사실상 결정됐습니다. 이는 현대·기아차 생산직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정치권과 재계는 낮은 임금, 높은 생산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기아자동차지부가 반발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단결력 높은 노동조합이 어렵게 임금을 높여놨는데, 3500만원짜리 일자리를 만들면 그 영향이 자신들에게 미칠 게 빤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조가 실제 걱정하는 부분은 가뜩이나 공급과잉인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연 10만 대의 생산설비를 새로 만들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5일 노사민정협의회에 앞서 지난 4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 합의한 사항은 노동계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체결을 5년 동안 미룬다는 내용이 들어간 겁니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노동3을 제약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노동3권은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인 셈인데, 이를 사실상 부정해버렸으니 노동계의 격한 반응은 당연합니다. 광주시가 현대차의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 무리수를 둔 걸로 보입니다. 노동계의 반발에 결국 임단협 5년 유예내용은 5일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삭제됐습니다.

 

사실 초기 구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른바 전국 이슈로 부상하기 전까지 광주형일자리에 대한 평가는 ‘4000만원짜리 일자리였습니다. 연봉을 4000만원 정도로 한 친환경 전기차 공장을 세우고 주거·교육 등 기반시설을 만들어주면 지금의 청년세대가 적당히 먹고 살 만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아울러 부품업체를 함께 유치해 완성차 회사가 단가 후려치기같은 갑질을 못하게 하고, 둘 사이의 임금 격차도 줄여보자는 취지도 담겼습니다. 광주시는 노···정 각 주체가 참여해 현대차의 투자를 유치하고, 청년세대를 위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현대차 사측 입장에서도 광주형일자리가 썩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기업은 투자를 결정할 때 기회비용과 예상되는 이윤을 고려합니다. 공장을 짓는다면 입지 조건도 중요합니다. 현대차는 5일 노사민정협의회의 결정에 대해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광주시가 현대차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동3권을 제약하는 안까지 내놨지만 노측의 반발로 수정안이 의결되자 수없이 입장을 번복한 절차상의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은 표출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현대·기아차의 실적은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11월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동월 대비 각각 4.2%, 3.8% 감소했습니다. 3분기 영업이익은 현대차가 전년동기 대비 반의 반토막이 났고, 기아차는 흑자 전환했지만 통상임금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해외 신용평가기관 S&P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BBB+’로 강등했고, 무디스는 두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습니다.

 

광주형일자리가 결국 산으로 갈 것이라는 걱정이 듭니다. ‘지역 노사민정이 참여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좋은 취지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현대차는 마지못해 돈을 낸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나마 현대·기아차 노조는 논의에서 아예 배제됐습니다. 두 노조가 속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4일 성명을 내고 “10만대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초기 투자금이 쏟아지면 지표상의 성장은 얻을 수 있다는 발상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다를 게 없다구색 맞추기를 위해 동원된 지역 노동단체를 합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용 상황이 안 좋은 가운데 12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광주형일자리는 중앙정부와 정치권에게는 참 솔깃한 이야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광주를 자동차 100만 대 생산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걸어가며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했습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용섭 광주시장은 문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일자리위원회의 첫 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결과에만 집착하는 욕심과 조급증이 좋았던 취지를 퇴색시킨 채 갈등만 부추기는 모습,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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