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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에서 댓글조작까지…사라지는 ‘다음 아고라’

홍세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2/04 [16:01]

여론광장에서 댓글조작까지…사라지는 ‘다음 아고라’

홍세연 기자 | 입력 : 2018/12/04 [16:01]

한때 ‘대한민국 제1의 여론광장’으로 불렸던 다음 아고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SNS의 발달과 함께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등장하면서 토론 및 청원이라는 아고라의 역할이 사라진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폴리스에서 자유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던 장소인 '아고라'에서 이름을 따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뜨겁게 찬반 토론을 벌이던 다음 아고라는 이제 추억으로 사라지게 됐다. 

 

▲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종료 안내글. (사진=다음 아고라 캡쳐)  

 

다음 아고라는 2004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해 대표적인 온라인 토론장으로 떠올랐다. 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무작위의 사람들이 토론을 진행하는가하면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을 올리는 국민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실제로 ‘아고라 서명’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는데, 아고라 서명이 법적 강제력은 없었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경우 그만큼 관심을 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유행처럼 아고라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는 다소 현재의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초창기에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담은 서명들이 줄을 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황당하고 다소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의 서명을 진행하는 등 변질된 모습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아고라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기도 했다. 

 

아고라의 전성기는 이명박 정부 때였다. 최근에 밝혀진 각종 수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사실상 다음 아고라는 여론조작을 위한 댓글작업이 진행되는 공간이었다. 

 

다음 아고라의 색채는 원래 진보성향이 강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의 지시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지휘 등으로 국정원 직원들을 비롯한 정보·보안경찰들이 여론조작을 위해 댓글작업을 진행했다. 

 

지금처럼 다양한 커뮤니티가 등장하기 전에는 다음 아고라가 다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다음 아고라의 성향이 진보 성향이었던 만큼 이명박 정부로부터 주요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은 사이버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사이버 보안활동 종합분석 및 대책 문건에서 다음 아고라를 ‘종북 성향자 활동 토론 게시판’으로 규정하고 보수단체 구성원들과의 유대관계 강화 및 댓글활동을 통한 종북성향 희석 등을 지시했다. 

 

이러한 행위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을 생각한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각종 공작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해당 혐의에 연루된 이들은 줄줄이 구속됐다. 

 

아고라가 이처럼 정치적 동원에 사용되면서 많은 이들이 아고라에서 빠져나갔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각종 SNS 커뮤니티가 생겨났고, 여론 공작에 사용되는 다음 아고라를 폐쇄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최근에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강력한 토론의 장 역할을 해내면서 다음 아고라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해버렸다. 

 

더욱이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국정철학 하에 청원이 30일 동안 20만명 이상 모일 경우 장관과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답변을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아고라보다 정부와 국민의 소통이 더욱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

 

이러한 변화에 결국 아고라는 15년 운영이라는 기록만을 남긴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다음 카카오는 공지글을 통해 “아고라 서비스를 다음해 1월7일, 미즈넷 서비스는 1월 14일 종료한다”며 “대한민국 제1의 여론광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15년 동안의 역사의 소임을 마치고 물러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아고라에 머물고 있는 일부 국민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집중되면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며 폐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활동량을 기록하지 못하는데다가 사회적 관심이 더 이상 아고라에 집중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표성을 가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들의 소통 창구로 시작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다음 아고라. 찬란하고 다사다난했던 다음 아고라의 역사를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됐다.   

 

문화저널21 홍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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