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 아침의 시] 혓바늘 / 하재청

서대선 | 기사입력 2018/12/03 [08:41]

[이 아침의 시] 혓바늘 / 하재청

서대선 | 입력 : 2018/12/03 [08:41]

혓바늘

 

밥이 늘 걸어갔던 길

혓바닥에 바늘이 돋는다

늘 입안을 돋우는 것들

먹을 때마다 온몸으로 번지는 아픔

이제 먹는 것이 근심이 되는구나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길

늘 다니던 길이 패여 웅덩이가 되면

가던 길 안에서 안락했던 삶

그 중심이 흔들리고

잠시 뒤틀린 신발 속에서

또 한번 뒤뚱거려야 하나

식도락 같은 삶에 때로는 가시가 돋고

그럴 때 우리는 잠시 길을 멈추고

신발을 털어야 하는가 보다

 

# 바늘이 박힌 것 같은 통증을 유발하는 “혓바늘”이 돋게 되면  물도 삼키기 어렵고, 따겁고, 욱신거리고 화끈거려 차라리 혀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혓바늘“은 면역성이 떨어졌거나 심한 스트레스, 과로 등으로 발생한다.  

   

어머니와 연결되었던 탯줄이 잘린 후 우리 스스로 먹고 살아야하는 생존 경쟁에서 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혀는 어머니의 젖을 빨 수 있게 하고 젖이 잘 넘어가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유식을 먹게 된 후로는 음식의 맛을 다양하게 느끼게 하고, 일 년 삼백육십오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밥이 늘 걸어갔던 길”이 되어 주었다. 그뿐이랴 입안의 다른 기관들과 협동하여 말을 만드는 조음의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는데도, 우리는 겉모습만 꾸미고 치장하는 데는 큰돈을 들이면서도 막상 우리의 ‘혀’를 위해선 크게 투자하지도 돌보지도 않았던 건 아닌지 “혓바늘”이 돋아보니 알겠다.

 

“가던 길 안에서 안락했던 삶”에 대한 믿음은 테러처럼 닥쳐온 미세먼지 사태 앞에서 공포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땅이 흔들리고 갈라진 곳에 시커먼 입을 벌린 싱크홀이 괴물처럼 우리 앞을 가로 막는다. 이미 전 세계의 기상이변 현상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을 너무 믿고 돌보지 않아 자체 면역성이 떨어진 자연이 “혓바늘”처럼 닥쳐오고 있는 건 아닐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본격 탭댄스 영화 ‘스윙키즈’…메가박스 MX관 개봉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