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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코스모스 / 조정권

서대선 | 기사입력 2018/11/05 [08:15]

[이 아침의 시] 코스모스 / 조정권

서대선 | 입력 : 2018/11/05 [08:15]

코스모스

 

십삼 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니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 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고사모사 꽃이옵니다 

 

# 눈높이까지 내려온 단풍 속으로 대형버스들이 거대한 공룡처럼 달려간다. 단풍놀이 가는 대형버스 앞 유리창엔 ooo향우회, ㅁㅁ동창회, ㅎㅎ회사 단합대회 등, 대부분 하나의 목적아래 모인 조직의 이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런 모임의 야유회는 인화단결과 결속을 목적으로 하기에 개인보다는 조직이 강조되고, 수직적 사고와 배타성이 강해서 조직 외부의 세상과 자유로운 환류를 통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폐단이 생겨날 수 있다.   

 

‘어리석으면서도 잘난 체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愚而好自用), 비천하면서 스스로 중요하다고 착각하는 사람(賤而好自專), 현재에 태어났으면서도 옛길로만 돌아가려는 사람 (生乎今之世, 反古之道)’ 들이 패거리를 만들어 리더에게 잘 보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 너도나도 패거리를 만드느라 혈안이 될 것이다. 꼭 필요한 인재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패거리가 대신하게 되면, 이런 자들이 들어찬 조직이 불화하고 붕괴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진정한 인재는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며 사리사욕을 좇아 줄서거나 패거리를 만들지 않는다. “제 뜻을 높이되/익으면 익을수록/머리를 수그리는” “십삼 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고사모사(高士慕師)” 같은 인재의 고언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1월 8일은 조정권 시인의 일주기가 되는 날이다. 시인은 지상에 없어도 그가 남긴 시는 우리들 가슴에 서늘하게 다가온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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