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27조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수술실에 들어가 대리수술을 해온 관행이 최근 공론화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을 받는데 의사가 아닌 영업사원이 나의 수술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수술참여까지 한다는 사실이 불쾌하기 짝이 없다. 사전 동의 없이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도 기분 나쁜데, 업체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국립중앙의료원이 국정감사기간 동안 제출한 ‘출입관리대장’에는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명단과 담당자 이름, 출입한 일자와 방문목적이 기재돼 있었다. 얼핏 보이는 업체들을 나열하면 존슨앤드존슨, 파브메드, LNH, 올소메드, 메디코어, 메드트로닉, 동아ST, 태산메디칼, 솔빛 등이 있다.
실제로 이들 업체들에 접촉해 영업사원의 수술실 출입 여부에 대해 질의했지만, 대부분 “우리는 국립중앙의료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모르겠다”는 반응을 일관했고 일부는 “영업사원이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면 회사에서 알 길이 없다”며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지자 최대한 내부단속을 하는 분위기가 포착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업체들 입장에서 이야기 하자면, 의사가 갑인 상황에서 영업사원에게 수술참여를 요구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고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도 대리수술 논란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행위를 막을 방안은 사실상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협회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윤리교육을 진행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벌어지는 일들은 업체들 개개인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제지하거나 할 방안은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법 개정’을 통한 처벌강화다. 현재 처벌규정이 미비해 많은 의료진들이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 혹은 수술 마무리 봉합작업 등을 맡기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들은 의료에 대한 국민 신뢰를 깎아먹고 나아가 의료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점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의료기기 업체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물론 ‘을의 입장’이라는 항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어찌됐든 범죄는 범죄다.
단순히 영업사원이 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른다는 식이 아니라 영업사원의 잘못도 회사의 잘못이라 받아들이고 이를 막기 위해 업체 차원에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국민도 이번 사태가 일개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받아들이진 않는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그리고 의료인들 스스로가 자정노력을 할 수 없다면 외부에서 메스를 가져다 댈 수밖에 없다. 그 메스의 일환이 최근 이슈가 된 ‘수술실 내 CCTV 설치’다.
국민이 묻는다. 관행이 아닌 악행이었던 영업사원 수술참여를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필요하다고 보는데, 의료인들과 의료기기 업체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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