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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택시는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나

‘택시파업’에 싸늘한 시선, 이면의 진실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8/10/21 [08:03]

[초점] 택시는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나

‘택시파업’에 싸늘한 시선, 이면의 진실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8/10/21 [08:03]

택시업계 18일 파업에 냉담

경쟁보다 투쟁’ 외치다 고립

업계 스스로 변화 추구해야

 

전국의 택시 6만여 대가 지난 18일 새벽 4시부터 24시간 운행을 멈췄다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겠다고 나서면서다택시기사들은 이날 오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카카오를 박살내자며 분노를 표출했다.

 

택시 파업을 파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차가웠다. ‘버스나 지하철 타면 그만이라는 반응부터 승차거부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불만까지 여론은 택시업계에 우호적이지 않았다택시운송 종사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민은 극히 일부였다.

 

▲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노사 단체의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택시기사가 "카풀 앱 불법영업 OUT"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성상영 기자


택시기사 저임금·장시간노동 심각

하루 10시간 일하고 월 200만원

 

전국 택시운송 종사자 수는 27만 명에 달한다발급된 면허대수는 25만 2700여 대 수준이다이 중 개인택시 종사자는 16만 4600흔히 회사택시라고 부르는 일반택시 종사자는 10만 5400명 정도다.

 

버스·철도와 더불어 육상운송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택시기사들의 노동환경은 여느 운송업보다 못하다그나마 상황이 나은 서울만 봐도 일반택시 종사자들의 지난해 월 평균 소득은 200만원 남짓이다.

 

노동시간 역시 길다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1인 2차제로 운영되는 서울 택시는 하루 10시간월 25~26일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1차제가 많은 시·군 지역은 하루 12~13시간씩 한 달 25~26일 일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대세가 됐지만 이와 반대로 택시운송업은 해가 갈수록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1인 2차제 기준 월간 노동시간은 2008년 233.5시간에서 2012년 256.9시간으로 길어졌다운행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한 구속시간’ 개념으로 보면 이보다 더 늘어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같은 시점인 2012년 연간 노동시간은 2092시간으로 월 단위로 환산하면 174.3시간이다40시간 근무제가 정착된 덕분이다택시운송업은 노동시간 단축 바람에도 무풍지대로 남아있다.

 

마이카’ 시대 오고 대중교통 늘어

택시 대체할 운송수단 많아진 탓

 

택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꽤 벌이가 짭짤한 일자리였다이 무렵만 해도 조금만 열심히 승객을 나르고 다니면 어지간한 대기업 노동자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렸다고 전해진다월간 근무시간은 지금과 비슷했지만이때는 모두가 장시간 일터에 매어있던 때였다.

 

그러나 택시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80년대 중후반 저환율·저유가·저금리의 이른바 ‘3저 호황과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올라가면서 자가용 보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이른바 마이카 시대가 열린 것이다.

 

▲ 택시 노사 단체 소속 택시기사 6만여 명은 18일 하루 운행을 중단하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 성상영 기자

 

국내 승용차 등록대수는 1980년 25만 대에서 1990년 207만 대, 2000년에는 808만 대로 폭증했다인구 1000명 당 승용차 등록대수는 1980년 6.6, 1990년 48.3, 2000년에는 171.9대를 기록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지하철이 속속 개통됐다서울의 경우 1974년 종로선(현 서울1호선)이 개통된 이래 80년대에 들어서면 총 4개의 지하철 노선이 완공된다. 2000년 무렵에는 2기 지하철(5~8호선)이 개통돼 총 8개 노선이 시내버스와 함께 서울시내 곳곳을 거미줄처럼 잇게 된다.

 

수요·공급법칙 상 대체재가 많아지면 그 상품의 수요는 감소한다승용차의 보급 증가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망의 확충은 택시의 상대적인 승객 감소를 불러왔다. 18일 택시가 운행 중단에 들어가자 버스나 지하철 타면 그만이라는 반응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이후 택시운송업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심야시간대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고 할 정도로 승차거부는 심각한 수준이다여성들의 경우 현금 대신 카드를 내밀면 민망할 정도로 핀잔을 듣는 사례도 흔하다승객들이 느끼기에 서비스는 전혀 나아진 게 없다.

 

우버·쿱택시·쏘카 그리고 카카오

경쟁 거부하고 규제·보호 매달려

 

최근 3~4년 사이 플랫폼 경제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될 수 있고서비스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일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우버쏘카그리고 지금 논란이 된 카카오 등은 가뜩이나 사양화 추세인 택시운송업을 더욱 궁지로 몰고 갔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반대로 일관했다승차거부와 난폭운전은 여전히 우리나라 택시를 상징하는 부정적 키워드다택시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보다는 정부의 지원과 보호시장 진입 규제 강화에만 매달렸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쪽은 현장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택시기사들이다이들이 겪는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자체마다 택시요금을 올리기로 했지만요금 인상이 택시기사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볼 때 확신하기 어렵다.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내걸고 협동조합택시(쿱택시)가 2015년 서울을 기점으로 전국 각지에 설립될 때에도 업계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일부 문제점도 드러났지만쿱택시는 대체로 잘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쿱택시 소속 운전기사들은 일반택시 운전자에 비해 월 50~70만원 정도 더 번다.

 

택시운송업에 변화의 물결이 밀려드는 동안 택시업계가 정부에게 쟁취한 성과가 없지는 않다. LPG에 붙는 부가가치세의 99%를 환급하고 이를 택시기사들에게 사용토록 제도화 한 것과사업주가 유류비·세차비 등 운송비용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막은 것 정도가 있다.

 

▲ 택시 노사 단체 소속 택시기사 6만여 명은 18일 하루 운행을 중단하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 성상영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진출을 놓고 택시업계와 카카오가 빚는 갈등도 이 같은 상황의 연장선상에 있다택시업계가 운전기사들의 노동조건과 운송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해 왔다면 시민들의 더 큰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18일 광화문광장에 모인 6만여 명의 택시기사와 노사 단체 대표들은 승차거부와 불친절행위 근절을 위한 자정 노력을 다짐했다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배차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당장 체감할 수는 없겠지만 택시운송업의 변화가 기대된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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