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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갈등③] 남자답게 여자답게…성차별 대한민국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9/17 [10:32]

[남녀갈등③] 남자답게 여자답게…성차별 대한민국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9/17 [10:32]

대한민국은 성차별이 심각한 나라다.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어 성별갈등을 빚는 것은 어느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혐오가 혐오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여성·남성혐오 인식에 대해 20~5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7%가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이중 28.5%에 달하는 사람이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대한민국이 여성혐오나 남성혐오로 몸살을 앓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재해 생긴 병폐다. 최근 들어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한 경계가 무너지고 뿌리깊은 성역할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오랫동안 학습해온 성 관념이 바뀌는 것이 무서워 눈앞에 보이는 상대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image stock / 자료사진) 

 

○철저히 교육 받아온 성차별·성억압

○대한민국 현실 쫓아가지 못하는 성교육

 

어릴 때부터 우리는 남자와 여자에 대한 뿌리깊은 성차별을 교육받아왔다. 이를테면 '축구를 잘하는 파란 옷입은 남자아이'와 '그림을 잘 그리는 핑크색 원피스 입은 여학생'이 대표적인 예다. 학교에서 소꿉놀이를 한다고 하면 꼭 아빠 역할을 맡을 남자아이는 넥타이를 가져와야 했고, 엄마 역할을 맡을 여자아이는 앞치마를 준비해야 했다.  

 

일상에서의 성차별이 만연한 것에 더해 성에 대해 억압적인 태도 역시 대한민국의 특징이다. 어린아이들이 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어른들이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라고 혼을 냈고,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위 자체가 문란한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여전히 남자와 여자의 성기는 어떻게 생겼고, 콘돔은 어떻게 끼워야 하는 것인지, 안전한 피임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낙태는 살인행위기 때문에 절대로 해선 안 된다라고 가르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마저도 최근 들어서야 정착됐다. 

 

성에 대한 호기심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보니 아이들은 어른들의 훈계를 피해 '야동'으로 성을 배웠다. 음란물에 묘사된 내용은 대부분 정상적인 성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떤 것이 올바른 성인지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세게 하면 여자들이 좋아한다"라는 잘못된 성(性) 인식을 갖게 됐다.

 

이에 따른 결과가 '청소년 임신 1위'와 '청소년 낙태 1위'라는 수치스러운 성적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다른나라 청소년보다 문란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성교육이 아이들을 문란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투 △페미니즘 △젠더 감수성 △맨박스 △펜스룰 △역차별 등 성차별과 관련한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성(性)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무언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이들과 뭐가 문제냐는 이들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갈등을 낳고 있다.   

 

▲ 서울의 모 대학에서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교내 성차별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리벤지포르노·몰카·성희롱 등 각종 성차별이 여전하다고 말한다. © 박영주 기자

 

○교실 속 성희롱·성추행, 터질게 터졌다…교내미투

○미투는 여성들만의 전유물 아냐, 목소리 내는 남성들

 

사회전반적으로 확산된 #미투는 교내로까지 확산됐다.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성추행을 일삼는 남자선생님들을 폭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A고교에는 교원징계위원회가 열려 성폭력에 연루된 교사 18명을 징계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미투에 따르면 일부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리 오므려라. XX냄새난다", "젖XX 닮았다"라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고, 교복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꼬집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까지 저질렀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미투에 해당교사들의 명단까지 공개됐고 이는 징계로 이어졌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일부 교사들은 '무슨 말을 못하겠다'며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선생으로서 해선 안될 행동을 따끔하게 지적해주는 학생들이 대견하다"는 반응이다. 

 

대학에서도 미투나 성 갈등 문제는 심각했다. 

 

일부 교수들의 성희롱성 발언을 폭로하는 미투운동부터 단체카톡방에서 특정 여학생을 성적대상화해 "X먹고 싶다", "가슴 볼때마다 X린다"라고 말한 남성들이 대자보를 통해 무더기로 미투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최근 대학가에서 주점이 없어지긴 했지만, 주점문화가 있었을 당시에는 여학생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게 하는 성상품화 문제가 심각했다. 성인포차를 컨셉으로 내세워 '[국산]옆집처자와 두루치기avi', '섹파전#그거 말구_섹시파전말이야'라는 선정적인 메뉴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차별, 성폭력은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남성들 역시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경 모 대학교에서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날, 단기 근로 아르바이트생에게 안내업무를 시키는 과정에서 남학생들은 실외근무로 내보내고 여학생들만 실내근무로 배정했다가 논란이 됐다. 

 

더위에 힘든 것은 남학생이나 여학생이나 똑같은데도 상대적으로 힘든 일은 남학생에게 주고 편한 일만 여학생에게 주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뒤늦게 해당 학교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근무지 배정을 임의로 돌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성추행을 당한 남성들도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대 익명게시판에는 "근로장학생 시절 회식이 끝난 후 '형'에게 성추행을 당해 밤새도록 울면서 내 몸을 씻었다. 미투운동 덕분에 저 같은 남성피해자도 목소리를 낼 기회가 생겼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러한 글에 대해 "남자라고 미투하지 말란 법 없다", "용기내주셔서 감사하다", "미투는 결코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응원글이 이어졌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까지도 "남자XX가 성추행 당하고 미투하고 그러냐", "주작 아니냐", "게이냐"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남성 피해자들이 어렵게 꺼내든 미투에 대해 같은 남성이 입을 막는 행위는 오히려 건전한 성문화 정착을 어렵게 만든다"며 "남자는 피해자일 수 없다는 생각부터가 남자는 여자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직장생활을 풍자한 '약치기 그림' 일러스트. 딸 같아서 그런다며 은근슬쩍 터치를 하는 상사의 모습을 그려낸 일러스트는 많은 여성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그림왕양치기의 약치기 그림 페이지 캡쳐) 

 

○침묵만 강요하는 직장 내 성차별

○미투에 펜스룰 꺼낸 회사, 남자니까 참으라는 상사

 

직장 내 성(性) 갈등 역시도 임계치를 넘어선지 오래다. 

 

여성들은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언어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고, 남성들은 힘쓰는 일을 도맡아 하거나 욕이나 폭력을 견뎌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익명의 제보를 재구성한 사례를 보면 직장 내 성차별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다.

 

#1.

A씨는 상사에게 성희롱을 그만두라고 이야기했다가 도리어 직무에서 배제 당했다. ‘이왕이면 글래머한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더 맛있다’고 상습적으로 이야기해오던 모 부장은 A씨가 “그런 이야기 그만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하자마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옆에 있던 다른 남자직원에게 “아 맞다. 이제는 이렇게 이야기 하면 미투 당한다며? 미안하게 됐네”라고 비아냥댔다. 

 

그것도 모자라 A씨를 비롯한 여자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미투할 일을 만들면 안 되지 않느냐. 앞으로는 회식자리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뒤, 남자직원들만 데리고 회식을 하러 갔다. A씨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혹여나 불이익이 더 커질까 우려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2. 

B씨는 남자가 돼서 그것도 못하느냐는 말에 퇴사를 결심했다. 원래부터 다정다감한 성격이었던 B씨는 한 중소기업의 청일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속한 부서 외에 옆에 부서라도 힘쓰는 일은 B씨가 도맡아 하게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구 갈아끼우기, 화분 옮기기, 회사비품 옮기기 등 잡무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는 B씨는 참다 못해 상사에게 힘쓰는 일은 좀 그만 시키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B씨의 상사는 “남자가 그것도 하나 못 드나”, “뭐 얼마나 무겁고 힘들다고 그러느냐”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결국 B씨는 퇴사하고 말았다.  

 

이처럼 직장 내에서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발생하는 성 갈등은 종종 일어난다. 남성 직원들이 여성 직원들에게 행하는 성추행에 여성 직원들은 ‘미투’로 반격했고, 남성 직원들은 ‘펜스룰’을 꺼내들었다. 펜스룰이 심해지자 업무가 남성들에게 가중됐고, 때 아닌 ‘역차별’ 논란까지 벌어졌다. 

 

남자는 힘들어도 참는 것이 남자다운 것이기에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맡기고, 여자는 약해빠진 소리나 하니 아예 중점적인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이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언어적으로 상처를 주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성차별만 차별이 아니고 남성에게 가해지는 성차별도 엄연히 차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릴때부터 남자가 울고 들어오면 엄마아빠는 달래주긴 커녕 “남자애가 그런거 가지고 울고 그러느냐. 당장 그치라”고 타박만 했다. 사회에서는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울지 않는 것이 남자다운 것이라고 받아들여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공감능력 부족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토니 포터(Tony Porter)는 강연에서 남성들을 향해 '맨박스(Man Box)에 갇혀있지 말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맨박스가 여성에 대한 선행차별로 인해 발생한 차별비용의 일환이며 이것이 '역차별'이라는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 사상으로 번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또다른 성차별을 불러 올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자니까 혹은 여자니까 라는 말을 전제로 발생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 자체를 깨부셔야 한다. 성별 고정관념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양측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성별 갈등만 남은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대화'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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