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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태극기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8/16 [17:58]

[기자수첩] 태극기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8/08/16 [17:58]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가 외교 무대에 데뷔한 때는 1882년이다. 일본 수신사로 간 박영효 일행이 현지 숙소에다 내건 기가 효시라고 전해져 온다. 그 무렵 조정에서는 국기를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듬해 박영효 일행의 기를 국기로 정식 채택했다.

 

태극기가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때는 광복을 맞고도 4년이 지난 1949년이다. 그때까지 태극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사용되었다. 태극문양이 소용돌이치듯 들어간 것도 있고, 이를 둘러싼 4괘의 색이 푸른색인 것도 있었다. 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민중들과 독립운동가들은 저마다의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광복 이후 태극기는 현대사의 거친 풍랑을 맞았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군인들은 수월한 통치를 위해 태극기를 사용했다. 극장에서는 영화 상영에 앞서 국민의례를 해야 했고, 날마다 오후 6시가 되면 전 국민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인근의 태극기를 향해 돌아서야 했다. 19805월 군홧발에 짓밟힌 광주시민의 시체를 덮은 것도 태극기였고, 19876월의 시민들이 집어든 것도 태극기였다.

 

환희의 순간에도 태극기는 등장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국가대표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좌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머리 위로 대형 태극기가 지났다. 그 콧대 높은 유럽 국가대표팀의 기세를 누른 것은 어쩌면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커다란 한국 국기였을지도 모른다. 태극기는 그야말로 온 국민의 애환을 담은 깃발이다.

 

▲ 광복 73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담벼락에 전시된 태극기 변천사를 시민들이 보고 있다. © 성상영 기자

 

그런 태극기가 최근 몇 년 새 방황하고 있다.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수대를 자처하고 나서면서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 했다가 주권자들에게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감옥에 들어간 범죄자다. 그런 그를 지키기 위해 태극기는 이른바 애국보수의 손에 들리고 말았다.

 

올해 815일 광복절에도 어김없이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길 잃은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집집마다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되새겨야 할 자리에는 오도 가도 못한 채 차라리 아무 것도 없는 공허함만이 남았다. 내년 광복절에는 태극기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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