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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대문에 태극기를 달고 싶은 날 / 강인한

서대선 | 기사입력 2018/08/06 [08:30]

[이 아침의 시] 대문에 태극기를 달고 싶은 날 / 강인한

서대선 | 입력 : 2018/08/06 [08:30]

대문에 태극기를 달고 싶은 날

 

포켓이 많이 달린 옷을

처음 입었을 때

나는 행복했지.

포켓에 가득가득 채울 만큼의

딱지도 보물도 없으면서

그때 나는 일곱 살이었네.

 

서랍이 많이 달린 책상을

내 것으로 물려받았을 때

나는 행복했지.

감춰야 할 비밀도 애인도

별로 없으면서

그때 나는 스물

일곱 살이었네.

 

그리고 다시 십년도 더 지나

방이 많은 집을 한 채

우리 집으로 처음 가졌을 때

나는 행복했지.

그 첫 번째의 집들이 날을 나는 지금도 기억해

태극기를 대문에 달고 싶을 만큼

철없이 행복했지

그때 나는 쓸쓸히 중년을 넘고 있었네

 

# 면사무소도 아니고 파출소도 아닌데, 아침마다 “태극기”를 내다 거는 집이 있다. 마을 산자락 끝 10여 평 조립식 주택 현관문에 아침마다 "태극기"를 걸고 “행복해”하는 아저씨는 동네에서 폐휴지를 수거하며 생활하시는 분이다. 원래 그 태극기는 아저씨의 손수레에 달려 있던 것이다. 불편한 걸음으로 태극기 흔들리는 손수레를 밀며 집집마다 들려 빈 박스, 신문지, 헌 책, 빈병들을 수거하셨다.  

 

육십을 바라보는 아저씨는 동네 문간방을 전전하며 혼자 살던 분이다. 마을 건너 논바닥에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서 형제들과 나눈 토지보상금으로 산자락 밑에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갖게 된 것이다. 집이 완성되자 유일하게 자신의 소유였던 손수레에 매달아 두었던 태극기를 떼어 자신의 집 현관문에 달았던 것이다. 그리곤 아침마다 자신의 조그만 집 현관문에 달아둔 태극기를 바라보며 “행복해”하신다. 폐휴지를 수거하려 손수레를 미는 아저씨 등 뒤로 신바람이 폭염을 밀어내고 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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