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가짜 노조' 그리고 '짝퉁 재벌'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8/03 [15:57]

[기자수첩] 현대차 '가짜 노조' 그리고 '짝퉁 재벌'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8/08/03 [15:57]

지난해 12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을 하지 않았으니 임금도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원칙은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지난 십 수 년간 칼 같이 적용돼 온 것이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중 가장 최고 단계인 단체행동권을 발동한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기본원칙이다. 거의 매년 파업이 벌어졌던 현대차에서 이는 철칙이다.

 

물론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방조한 채 한 푼이라도 더 받아가 보겠다며 콘베아를 세우는 노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개 강성노조귀족노조라는 말로 대변됐다. 그나마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파업 며칠 해서 부족해진 생산량 또는 임금은 특근 몇 번이면 다 만회할 수 있기에, 노사 모두에게 그리 큰 타격은 아니라고 말한다.

 

노사를 막론하고 현대차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도로에 다니는 차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현대차이지만, 가장 싫은 소리를 듣는 것도 현대차다.

 

그런 현대차가 또 한 번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기구인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기업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일가 지분율을 현행 30%에서 20%로 낮추기로 권고하면서다. 여기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보유한 주식이 해당 기업의 20%가 넘을 경우 관계사 간 거래가 제한된다.

 

가뜩이나 재벌 총수일가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가 사회문제로 불거진 터에, 과거 현대차의 절묘한 계책(?)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 20142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될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슬아슬하게 이를 피해갔다.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중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29.9999%. 마지노선이었던 30%를 단 0.0001% 차이로 비껴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신의 지분율을 꾸준히 낮췄다. 정 회장은 지난 2007년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의 대가는 1조원 규모의 사회환원 약속이었다. 200710월 정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주식을 통해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현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라는 공익법인을 설립했다.

 

정 회장이 사회환원을 실천한 만큼 현대자동차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로부터 멀어져갔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4.88%. 또 재단은 이노션 주식의 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 총수일가의 사회환원을 두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최근까지도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거래 제한 지분율을 20%로 낮출 경우 다음 행보가 무엇이 될지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재벌의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는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계열사끼리 도는 돈은 결국 총수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미덕으로 하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이 같은 편법이 쉽게 용인될 리 없다. 현대차가 노조의 파업에 무노동 무임금원칙 운운하려면 스스로가 떳떳해질 필요가 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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