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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의 시대읽기] 경쟁에 찌든 한국 교육

손봉호 | 기사입력 2018/07/30 [09:02]

[손봉호의 시대읽기] 경쟁에 찌든 한국 교육

손봉호 | 입력 : 2018/07/30 [09:02]

손봉호 박사(사진)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철학과 사회윤리학을 가르쳤으며, 한성대학교 이사장, 동덕여자대학교 제6대 총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현재는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미국은 한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외국에서는 한국 교육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나라를 불과 70년 만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은 동력이 교육이란 사실이 알려지고, 지금도 각종 국제 경시대회에 우리 중고등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그런 평가가 나온 것 같다. 

 

그러나 국내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우리 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 교육에만 집착하고 인성 교육은 무시하며, 사교육이 지나쳐서 공교육을 방해하고 있으며, 심지어 출산 저하와 가난의 대물림 같은 사회악까지 초래한다고 걱정하고 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열심히 공부해도 돈이 없어 사교육을 받지 못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가능성이 희박해져 “개천에서 용 난다” 속담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정치인, 언론인, 교육자, 학부모 등 거의 모든 국민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 국민이 한목소리로 인성 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가? 누가 반대하고 방해하기에 온 국민이 비판하는 교육 상황이 고쳐지지 않는가? 

 

그 일차적인 이유는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개혁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 절대다수는 다른 집 자녀들은 인성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자기 자녀들은 그런 것에 시간을 빼앗기지 말고 오직 지식 습득에만 전념하기를 바란다. 다른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기 자녀들만은 사교육을 시킨다.  

 

왜 한국 교육에 대한 외국의 평가와 국내의 평가가 다르고, 왜 한국 학부모들은 한국 교육 현실에서 자신의 자녀들과 다른 자녀들에 대해 이렇게 모순되는 태도를 보이는가? 

 

이런 괴리와 모순은 한국인에게 유달리 강한 경쟁심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큼 경쟁심이 강한 민족은 없다. 그 강한 경쟁심은 한국인을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게 만들어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하고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것은 한국이 처음이고 유일하다 한다. 그것은 천연자원이 많아서도 아니고 외부의 도움이 있어서도 아니다. 오직 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끈질기게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교적 전통을 가진 사회, 현대의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교육이다.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교육 경쟁이 특별히 치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 경쟁에서 이긴 자는 곧 인생의 승자인 것처럼 인식되고, 대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종교적 열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비합리적인 경쟁심은 인성 교육을 무시하고 지식 교육에 모든 힘을 쏟도록 만들었다. 인성은 점수화할 수 없고 따라서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성을 전혀 평가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이 너무 낮아 어떤 주관적 평가도 신뢰를 받지 못한다. 수학능력시험에서도 사람의 평가를 믿지 못하여 컴퓨터가 채점하고, 컴퓨터가 채점하기 위해서 문제를 모두 사지선다형으로 출제한다. 그 결과 ‘찍기’ 연습 같은 비교육적 행위까지 자행된다. 지나친 경쟁심은 한국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여 매우 불행하게 만들고, 경쟁적일 수 없는 인성 교육은 무시하고 경쟁적인 지식 교육에 모든 힘과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들고 있다. 

 

한국 교육의 성공과 실패는 모두 차세중심적 세계관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몇 개의 제도만 바꾸면 교육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란 생각은 순진하기 짝이 없다. 세계관이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기독교의 책임이 있다. 그리스도인은 차세 중심적으로 남아 있을 수 없고 이 추악한 아귀다툼의 한가운데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은 지식보다는 더 큰 사랑, 인내, 관용, 희생, 봉사가 사람에게 이익이 되다. 따라서  하나님께 영광이 되며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참 행복을 가져올 것을 믿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많아야 한국 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다.

 

*본 내용은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에 수록되었던 원고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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