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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21] 혈액백 논란, 열쇠는 적십자 아닌 녹십자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7/25 [08:33]

[저널21] 혈액백 논란, 열쇠는 적십자 아닌 녹십자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7/25 [08:33]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 인터뷰]

 

“적십자라는 이름 세글자가 갖고 있는 신뢰성 뒤에 숨어서 국민의 눈이,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반복적으로 일을 진행하다 보니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충격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적십자가 포도당 기준을 문제로 혈액백 업체를 선정한 것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논란은 포도당 수치를 기준으로 부적격한 업체를 걸러낸다는 것이 골자로 종횡했는데, 본지는 꾸준히 지적해온 녹십자의 수십년간 지속된 국내시장 독점체제와 이를 떠받치고 있는 적십자의 행정에 집중해왔다.

 

먼저 논란을 요약하면 대한적십자사가 혈액백 입찰 과정에서 ‘녹십자MS’를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프레지니우스 카비를 떨어뜨렸다는 의혹이다.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중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를 거쳐 제37대 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하트웰의원 원장으로 있는 노환규 원장을 만나 논란을 짚어봤다.

 

▲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하트웰의원에서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24일 하트웰의원에서 만난 노 원장은 적십자를 중심으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적십자가 일반 사기업처럼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대로는 안 된다. 담배나 인삼도 국가에서 관리를 했었는데, 하물며 혈액이지 않나. 국가가 직접관리하거나 직접관리에 준하는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국제기준과는 다른 적십자의 혈액백 기준 △녹십자MS와 태창의 관계 △혈장가격 결정에 있어서의 문제점 △갑질 논란 등에 대해 꼼꼼히 지적하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국민 앞에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중에서 본지가 가장 중요하게 짚고 있는 포인트, 녹십자가 어떻게 국내 시장을 장악하게 됐는지와 혈액백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녹십자, 태창 두 업체의 연관관계에 대한 생각 그리고 최근 논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대한민국 혈액백은 '녹십자MS' 공식화

 

일단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적십자의 기준과 국제기준에 대해 노 원장의 생각을 묻자 “적십자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수치가 아니라 포도당만을 기준으로 혈액백 업체를 선정했지만, 이는 국제기준과 맞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헌혈학회와 수혈학회에서도 합한 수치가 맞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앞서 적십자는 전세계에 혈액백을 공급하고 있는 프레지니우스 카비의 혈액백을 ‘부적격’으로 판단하고 떨어뜨리면서 혈액백 속 항응고제의 포도당 농도가 기준치에 미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항응고제 내의 당 농도는 원래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수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국제표준이지만, 대한적십자사는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 수치만을 계산해서 프레지니우스 카비의 혈액백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종 낙찰된 녹십자MS는 포도당 용량을 더 많이 추가해 적십자의 기준을 충족시켰다. 

 

이 부분에 대해 노 원장은 “원래 당 농도 기준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수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 헌혈학회와 수혈학회에 직접 문의해본 결과, 합한 수치가 맞다는 답변을 내놓았고 25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녹십자MS와 태창, 둘은 무슨 관계"

노환규 원장 “(태창이)녹십자의 OEM일수도…의심이 든다”

 

노환규 원장은 적십자와 오랜 기간 혈액백 계약을 체결해온 두 업체, 녹십자MS와 태창산업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출했다. 입찰기준이 바뀌어도 매번 최종낙찰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두 업체 뿐이었다. 

 

노 원장은 “태창이 녹십자와 유관한 기업인 것은 명백하다”며 “2013년과 2015년에는 녹십자MS와 태창의 혈액백 가격이 1원단위까지 일치했다. 사전에 담합을 했거나 두 회사의 뿌리가 같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지적했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녹십자MS는 빠지지 않고 입찰에 참여해 최종 낙찰됐으며 2013년에는 이중백‧삼중백‧사중백의 가격이 각각 4073원‧4929원‧3만255원으로 양사의 가격이 원단위까지 일치했다. 2015년에는 4095원‧4965원‧3만469원으로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노 원장은 “태창산업으로 인수합병 되기 이전에는 이름이 에스비디였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기업이 어떻게 혈액백을 만들어 적십자 입찰에 들어갔는지 신기하다”며 “에스비디가 녹십자의 OEM(위탁생산) 회사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의심했다.  

 

우리나라 혈액이 헐값? 꼼꼼히 따져봐야 

“순수혈장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면 문제…제대로 접근해야”

 

자국민들의 혈액‧혈장가격이 외국인의 피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노 원장은 “가격의 적정성은 보다 다른 기준을 들이대서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평균치로만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혈장의 경우 팩터가 들어간 기능성 혈장이 많다. 사실상 특수하게 가공된 혈장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것들까지 평균에 포함시킬 경우 수입혈장 가격의 평균금액이 실제보다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가격비교를 위해서는 가공되지 않은 성분혈장 가격을 비교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혈장이 거래되는 금액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노 원장은 “현재 혈장을 구매하는 녹십자는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혈장을 판매하는 적십자는 이윤추구와는 거리가 먼 집단이다. 때문에 가격이 낮게 설정될 수밖에 없다”며 “양측이 적정한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협의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일선 병원의 의사들이 ‘적십자가 갑이다. 피를 안주면 답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하며 “공급권을 가진 사람이 자의적으로 컨트롤을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의사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우려스러운 점”이라며 적십자사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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