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의 눈’이 불쾌한 적십자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7/11 [13:47]

[기자수첩] ‘국민의 눈’이 불쾌한 적십자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7/11 [13:47]

 ©박영주 기자

최근 혈액백과 면역검사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각종 논란을 빚었던 대한적십자사가 토론회에서 쏟아진 지적을 수용하기는커녕 되려 불쾌해하며 언성을 높이고, 시민단체를 향해 “말씀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며 소리를 질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적십자사는 자신들은 합당하게 일하고 있는데 왜 시민단체에서 지적을 하느냐는 태도를 견지했지만, 적십자사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취지의 토론회에서 반박만을 쏟아내는 모습은 오히려 적십자사가 내부개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만 보여줘 아쉬움을 자아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혈액관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는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졌다. 

 

대한적십자사 김명한 혈액관리본부장의 자리 뒤쪽에는 5~6명의 대한적십자사 노조원들이 마치 병풍을 친 것처럼 조끼를 입고 일렬로 앉았으며, 이들은 패널들의 날선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한숨을 푹푹 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등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분노는 지금까지 가장 강경하게 적십자사를 비난해왔던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강주성 공동대표의 발언과 동시에 터져버렸다. 

 

강 대표는 “저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생각이다. 제가 경험했던 적십자사는 어떤 일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조직이다. 욕을 안 먹으려면 더 잘하라”고 말했고 노조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씀 그런 식으로 하지마라”, “불쾌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한 노조원은 “SNS에 적십자 직원들을 잡놈이라고 써두셨던데, 제가 잡놈의 자식이냐. 잡놈이 뭐냐”며 소리를 질렀다. 김명한 적십자 혈액관리본부장 역시도 노조들의 발언을 한번 제지하긴 했지만 패널들의 발언에 헛웃음을 치며 “실망스럽다”, “분산은 옳지 않다”, “과거로 회귀하자는거냐”고 반박을 지속했다.  

 

좌장을 맡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이윤성 위원장이 “좌장 권한으로 적십자의 발언을 제한하겠다. 그만하시라”라고 강하게 제지하고, 국회 관계자들이 노조원들을 자리에 앉히는 등의 조치가 없었다면 자칫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질 수 있었다. 토론에 참석한 이들도 적십자사의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가혈액관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 박영주 기자

 

국민의 ‘혈액’으로 일하는 적십자

지적에 분개하는 모습…자성 노력 부족해

 

물론, 대한적십자사에서 일하는 이들이 혈액공급이나 관리를 위해 너무나도 많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민들이 잘못했다고 판단하는 데는 이유가 있고, 국민들이 적십자사를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십자사가 국민들이 기부한 ‘혈액’을 가지고 일하는 조직이라면 더더욱 그래야만 한다. 

 

국내 혈액관리사업의 92%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1위 기관이라면 그에 합당한 모습을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다.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토론회에서 적십자가 보여준 모습은 1위 기관의 품격도, 국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들을 향한 칼날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이라 치부하고 법적대응을 운운하는 모습은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국민들의 혈액을 가지고 신성한 일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민들의 고혈을 빠는 악덕 대기업의 모습과 흡사했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들 때문에 국민들이 대한적십자사를 믿지 못하고, 헌혈 자체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조차 대한적십자사에게는 어렵고 버거워 보였다. 

 

헌혈을 하지 않는 국민들이 잘못하는 거고, 신성한 일을 하고 있는 적십자사를 미워하는 국민들이 잘못됐고,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조직의 안위를 위협하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식의 태도. 이러한 모습은 적십자에 대한 따뜻한 시각보다는 ‘아직 멀었다’는 냉소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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