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위한 첫단추, 남북 보건의료 협력부터

북한 1차 의료시스템 완전히 붕괴…감염병 사망률 31% 달해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6/22 [17:39]

통일 위한 첫단추, 남북 보건의료 협력부터

북한 1차 의료시스템 완전히 붕괴…감염병 사망률 31% 달해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6/22 [17:39]

북한 1차 의료시스템 완전히 붕괴…감염병 사망률 31% 달해
北, 비감염병에 대한 이해도 부재…“증상 없으면 병 없다고 인식해”
의료계 관계자들 “보건의료부문, 선제적 접근 이뤄져야”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순항이 지속되면서 통일을 대비해 남북 보건의료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북한 귀순병사 몸속에 수많은 기생충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현재 북한 주민들이 기본적인 보건의료서비스 조차 영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전문가들은 22일 오후 ‘평화의 시대 남북보건의료 협력과 발전방향 심포지엄’에 참석해 북한 보건의료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 어떤 방식으로 협력을 이어나가야할지 방향을 제시했다.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평화의 시대 남북 보건의료 협력과 발전방향 심포지엄'에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가 북한의 감염병 예방접종률 추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이날 심포지엄을 주최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에서는 전문적 의료에 의존하기 어렵고 환자 본인이 스스로 통증이 있을 때만 질병을 인식하기 때문에 만성질환이 있어도 정기적 의약품 복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남북한 보건의료 격차를 줄이지 않고 통일을 맞이하게 된다면 한반도에 엄청난 혼란과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남북한 1호 약사면서 통일학 박사인 이해경 박사는 “원래 북한 보건의료시스템이나 구조는 오히려 남한보다 더 체계적이고 의사들 역시 환자치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헌신적”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인구 1만명당 의사 수는 북한이 32.9명, 남한이 17.1명으로 북한이 더 많은 상황이며 의학대와 약학대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 통합적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예방접종 역시도 북한은 의료진이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당시인 94년 전국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물자까지 비축해야 하면서 의약품이 환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재 북한의 의료보건시스템은 완전히 붕괴한 상황이다.

 

이 박사는 “북한의 무상치료제는 경제적 기반이 갖춰진 조건에선 우월한 제도지만, 경제난이나 식량난이 닥친 상황에서는 유명무실화됐다. 유상치료제 실시가 필요하다”며 남한이 북한 측에 보건의료 시스템 개편과 관련한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가별 결핵(TB)신고율. 북한이 남아프리카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뒤이어 북한의 감염병 현황에 대해 발표를 맡은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는 “북한에서는 사망원인 중 감염병 비율이 31%로 남한(5.6%)보다 훨씬 높다”며 “자연재해·식량부족으로 인한 전염성 질환 급증, 경기침체로 인한 공중보건 체계 붕괴, 위생체계 불량 및 낮은 예방접종률 등으로 감염병 발병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결핵 △말라리아 △B형간염 △성병 △기생충감염 △수인성 질환 △호흡기 감염병 △홍역 등 접종관련 감염병 등으로 많은 이들이 죽어나간다. 약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주사기 등이 부족해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장비를 사용하면서 전염병이 쉽게 발병된다.

 

기생충 감염 역시도 2008년 자료를 기준으로 청소년은 35.5%, 성인은 24.6%가 감염됐다. 이는 남한의 12배 이상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기 교수는 “북한 당국이 감염병 감시 체계를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역량은 이미 상실됐다”며 “향후 통일과 남북교류를 대비해 감염병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비감염병 현황에 대해 발표를 맡은 박상민 서울대학교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증상의 정도로 질환의 경중을 판단하곤 하는데, 증상이 없으면 병이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한마디로 지속관리의 중요성이나 합병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의약품 역시도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진통제·수면제·소화제 등을 과다하게 복용해 약물남용에 따른 부작용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평화의시대 남북 보건의료 협력과 발전방향 심포지엄'에서 박상민 서울대학교 교수가 북한의 비감염병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영주 기자

 

박 교수는 통일을 앞두고 향후 남북이 보건의료 R&D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질병관과 건강행태 차이 및 보건의료문화 동질화를 위한 심층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물 오남용 및 민간요법을 남용하는 것을 예방하도록 교육을 진행해야 하며, 1차 의료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건의료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각종 대기오염이나 수질관리, 일산화탄소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같이 수반돼야 한다. 북한에서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하루에만 10명이 숨진다. 오염된 물을 먹고 설사를 동반한 소화기계 질병을 앓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정해관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 북한의 환경보건에 대해서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환경과 보건을 함께 해결하고 경제교류와 개발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 진행된 남북 보건의료 협력 부문 발표에서 신영전 한양대학교 교수는 “보건의료부문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통일에 앞서 보건의료부문은 사후적 접근이 아니라 선제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며 사회안전망 구축과 조직 설치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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