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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의 시대읽기] 한국 대학생의 고민

손봉호 | 기사입력 2018/06/18 [08:28]

[손봉호의 시대읽기] 한국 대학생의 고민

손봉호 | 입력 : 2018/06/18 [08:28]

손봉호 박사(사진)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철학과 사회윤리학을 가르쳤으며, 한성대학교 이사장, 동덕여자대학교 제6대 총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현재는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나같이 195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사람에게는 요즘 대학생들의 불평이 배부른 사람들의 엄살같이 보인다. 그때 우리는 자주 굶었고 추웠으며 일자리도 없었고 사회는 무질서했고 암울했다. 나도 가정교사로 숙식은 해결했으나 할 일이 없어서 대학원에 들어갔다. 입대 영장이 나왔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그런데도 우리는 요즘 대학생들처럼 불행하진 않았다. 막연하지만 꿈이 있었고 나름대로 낭만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보다 몇 십 배나 더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공부하는 오늘의 학생들이 왜 이렇게 불행할까?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오늘날엔 미래가 너무 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제도가 합리적이 되어서 과거처럼 허황한 꿈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주어진 상황과 갖춘 능력으로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이 분명해지면 절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도 일자리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학생 수가 적어서 대학교를 졸업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대학생 수도 늘었고 실력 있는 졸업생도 많아져서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다. 

 

물론 모든 사회와 모든 사람은 경쟁에 시달린다. 그러나 한국인의 경쟁심은 좀 특별하다. 영국의 레가툼 연구소(Legatum Institute)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생활만족도(average life satisfaction)는 조사대상 110개국 가운데 104위로 최하위에 속한다. 다른 분야의 눈부신 성취에도 한국인이 이렇게 불행한 이유는 도덕적 수준이 낮고 경쟁심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심은 철저하게 차세 중심적인 한국인의 세계관에 근거해 있다. 유명해지려면 사람들의 다른 사람보다 앞서야 한다. 1등을 하지 않으면 유명해질 수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95점을 받은 2등보다는 75점 받은 1등이 더 인정을 받는다. 올림픽 경기에서 국가 순위를 매길 때 다른 나라들은 전체 메달 수를 기준으로 하는데 한국은 금메달의 수로 판정한다. 

 

한국인에게는 루터가 가르친 소명(召命, Beruf)의식이 약하다. 신발을 수리하는 것도 하나님의 부름이기에 나라를 다스리는 왕의 소명보다 열등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은 한국 문화에서는 낯설다. 자질이나 취미, 기호, 능력보다는 다수의 이목과 평가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고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금전적 소득의 다과에 따라 직장과 직위의 수가 결정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100만 명 가까이 되는데도 대졸 실업자들이 우글거리는 것에는 그런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 

 

높은 경쟁심 때문에 한국은 빠른 기간에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했다. 원조 받던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로 (“from beggar to donor”, Economist) 성장했다. 그런데도 삶이 불행하다면 무엇 때문에 발전하겠는가? 발전이 늦어지고 경쟁에서 지더라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 이젠 심각하게 반성할 때가 된 것 같다. 

 

기독 대학생들도 이런 무한경쟁에 휩쓸려서 불행해지면 안 된다. 점수로 계산할 수 없고 아무와도 경쟁할 필요가 없는 사랑과 겸손, 양보, 배려, 절제 등 성경적인 가치에 충실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조만간 이런 가치로 무장된 인재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하고 유능한 인재로 평가될 날이 올 것이다.

 

*본 내용은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에 수록되었던 원고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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