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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회색의 식탁 / 박성현

서대선 | 기사입력 2018/06/04 [08:46]

[이 아침의 시] 회색의 식탁 / 박성현

서대선 | 입력 : 2018/06/04 [08:46]

회색의 식탁

 

저녁이 맹렬하게 쏟아졌다 코를 중심으로 뚜렷한 굴곡

을 갖춘 얼굴들이 식탁에 앉았다 음식을 씹거나 TV를 본

다 이런 어둠은 처음이지? 모든 얼굴들이 춘자를 쳐다보

다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먼지가 겹겹이 쌓인 물병자리가 커튼에 가려진다

 

# ‘밥상머리 교육’의 좋은 점은 가족 간의 의사소통과 환류와 유대감이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사를 하면서 아버지께서는 자녀들에게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물으신다. 자녀의 이야기를 들으신 아버지께서는 자녀가 하루 일과 속에서 감정이 지나쳤던 것은 없는지, 행동이 앞선 것은 없었는지, 착한 행동은 칭찬해주시고, 잘 못한 것은 타이르신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어른들과의 의사소통 예절과 옳고 그름의 지표를 습득하는 현장학습이 되는 것이다. 밥상머리에서 자녀와의 대화는 아버지에게도 환류의 기회를 갖을 수 있다. 자녀들 세대의 생각과 행동을 읽으면서 세대 차이와 변화를 감지하고 기성세대로서의 아집과 논리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정성들여 식사를 준비하신 어머니의 노고와 음식에 대한 감사를 통해 가족이라는 체계 안에서 안전함과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부재하는 오늘날, ‘밥상머리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졌다. 자녀들은 학교 수업 후에도 밤늦게 까지 각종 학원에서 다양한 학습을 익히느라 바쁘다. 아버지들의 퇴근 시간도 직업에 따라 다르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식탁에 앉을 기회도 별로 없지만, 모처럼 가족 모두 함께 모인 식탁이라 하여도, 일상 대화의 연속성과 환류가 사라진 “회색의 식탁”에는 침묵과 “음식 씹는 소리”만 가득할 뿐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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