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뒤에 숨은 녹십자 '혈액백 계약' 논란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5/28 [10:33]

적십자 뒤에 숨은 녹십자 '혈액백 계약' 논란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5/28 [10:33]

대한적십자사가 진행한 95억대 규모 혈액백 계약을 놓고 ‘녹십자와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십자사의 해명에 정반대되는 입장을 내놓아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초 대한적십자사는 GC녹십자엠에스와 95억4872만원 규모의 혈액백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 수치만으로 품질평가를 진행했지만, 혈액백 규격허가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결과값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 대한적십자사 본사 전경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대한적십자가 지난 4월 혈액백 입찰공고를 통해 밝힌 기준은 ‘USP·포도당’이었다. 

 

적십자는 HPLC시험법을 통해 프레지니우스 카비와 GC녹십자엠에스의 혈액백을 검사했으며, 포도당만을 명시했기 때문에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 수치만으로 품질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프레지니우스 카비의 혈액백은 기준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 입찰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미국약전(USP)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환원당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 포도당과 과당 모두 같은 단당류이기 때문에 포도당만을 반영한다면 총량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대한적십자사는 검사는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 수치로 하고, 기준은 USP 포도당 함량 적정 범위인 30.30~33.50g/ℓ를 기준으로 했다. 이를 놓고 적십자사가 의도적으로 GC녹십자엠에스를 밀어주기 위해 고무줄 잣대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식약처에 문의한 결과, 혈액백 규격허가를 내는 식약처에서는 “포도당 정량시에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결과 값으로 하는 것이 맞다”며 “미국 약전 항응고액항의 포도당 정량법에서도 포도당과 과당을 모두 합한 환원당 총량으로 측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실상 과당을 빼고 포도당 수치로만 품질평가를 진행했다는 대한적십자사 주장에 정반대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식약처는 “혈액백 중 포도당은 멸균 과정에서 일부가 과당으로 이행하지만 포도당과 과당 모두 에너지 공급원이므로 과당은 불순물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수혈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혈액백은 허가된 기준대로 우수제조의약품 관리기준(GMP)에 따라 제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가 밝힌대로라면 혈액백 입찰 과정에서 프레지니우스 카비가 탈락할 이유는 없다. 프레지니우스 카비의 혈액백은 미국약전(USP) 기준에 부합한 혈액백으로, 이미 130여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코노믹리뷰가 최도자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두 업체의 보고서 포도당 결과값은 GC녹십자엠에스가 31.823g/ℓ, 프레지니우스 카비가 30.94g/ℓ였다. 이는 USP 검사기준에 따라 진행한 결과값이다. 보고서 결과대로라면 GC녹십자엠에스와 프레지니우스 카비의 혈액백은 모두 기준에 부합해 한 업체가 탈락할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대한적십자사는 프레지니우스 카비를 입찰에서 떨어뜨리고 GC녹십자엠에스와 96억원대 혈액백 계약을 체결했다. 적십자와 녹십자와의 유착관계에 의혹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8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적십자사는 순수 포도당값만을 사용한 계산법을 2003년부터 적용해왔다고 하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2003년부터 해당업체(GC녹십자엠에스)와 본격적으로 유착해왔다는 이야기”라며 “세계 학회 어디에도 입도 뻥끗 못할 논리를 국민들에게 태연하게 들이대고 있다. 너무 뻔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들은 적십자의 규정위반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대한적십자사는  계약을 파기하고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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