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위, 블랙리스트 대국민 사과…“국민들께 신뢰잃어”

문체부 지시 이행 인정…“지원 원칙 스스로 어기는 수치스러운 일”

송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5/17 [16:10]

예술위, 블랙리스트 대국민 사과…“국민들께 신뢰잃어”

문체부 지시 이행 인정…“지원 원칙 스스로 어기는 수치스러운 일”

송가영 기자 | 입력 : 2018/05/17 [16:10]

문체부 지시 이행 인정…“지원 원칙 스스로 어기는 수치스러운 일”

정부 외압 받았던 현장 예술인들도 참석…“이런 식의 사과 못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예술인 지원배제 문건인 블랙리스트에 가담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예술위는 “저희들은 신뢰를 잃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창주 예술위원장 권한대행은 17일 오후 대학로의 예술가의 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한 지시를 양심에 따라 거부하지 못했고 반헌법적 국가범죄의 공범자가 됐다. 이로 인해 현장 예술인분들과 국민여러분들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예술위는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시행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요구에 따라 사업별 지원신청, 접수내역 명단 등을 보고했다.

 

문체부는 ‘절대 지원해서는 안되는 명단’을 문예위에 유선전화와 명단 등을 통해 지시했다. 당시 문체부는 지원배제 지시를 불이행할 시 해당 사업을 중단·폐지하겠다며 압박했다.

 

▲ 최창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권한 대행이 17일 오후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읽고 있다.  © 송가영 기자

 

최 대행은 “당당히 맞서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위는 정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지원배제를 이행했다”며 “지난 1973년 문예진흥법에 따라 출범한 이후부터 추진해온 문예지원 원칙을 스스로 어기는 수치스러운 일이었음을 시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규명과 혁신을 위한 앞으로의 모든 과정을 예술현장과 함께 추진해나가도록 하겠다. 문예진흥기금을 운영함에 있어서도 국민과 예술인들이 주인임을 명심하고 외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부정한 청탁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오직 공정한 운영만이 대한민국 예술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신념하나로 나아가겠다. 이번 과오를 거울 삼아 어떤 권력이나 압박에도 결코 무릎꿇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며 예술현장의 진정한 동반자로 자리매김 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면목도 없고 송구스럽지만 격려와 성원 보내주신다면 더욱 분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박근혜 정부로부터 블랙리스트 등 외압을 받았던 현장의 예술인들도 다수 참석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현장의 한 예술인은 “현장인들이 느끼는 것은 사과의 수준이 아니라 사죄의 수준이다. 대학로 안에서 함께하는 동료애조차 느낄 수 없었다”며 “지난 4년 동안 제대로 사과받은 적이 없어 지금의 기자회견도 믿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아르코 미술관 전직 관장을 맡았던 예술인은 “문제가 됐던 분들이 지금 어떻게 자리를 보전하고 앉아있을 수 있나. 아르코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많은 것들을 불사해왔다. 단지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현장의 이익을 위배하는 방식으로 일했다”며 “본인들의 조직과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와 블랙리스트 조치로 자리를 보전하면서 반성의 의미로 어떤 행동을 취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연출가는 “부역했던 분들이 스스로 TF를 만들고 사과하는데 뭘 믿어야 하나. 단 한분도 사퇴하지 않고 진상위원회에서 권고안이 나올 때까지 아무 것도 안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정책을 만들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 징계권고안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조직을 개혁하려는 노력을 하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연출가는 “진상위원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데 도대체 왜 그 전에 사퇴를 못하겠다는 것이냐”며 “지지나 응원을 해달라는 말이 있었는데 저희는 그럴 생각도 없고 사과도 받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17일 오후 박근혜 정부에서의 블랙리스트 가담 혐의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이에 이용훈 예술위 사무처장은 “사죄를 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예술위가 그동안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해서 많은 현장예술인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드린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죄를 드리는 오늘이 단발성 이벤트같이 느껴지시겠지만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며 앞으로 어떻게 개혁하고 공감해나갈지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저희가 반성을 하고 사죄를 하는 시점에서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는 말씀도 있다. 저희로서는 전반적으로 거시적인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가 나오면 그 부분들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지켜봐달라”며 “지금 말씀해주신 사안들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저희가 계속 노력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술위는 현장의 의견들을 수렴해 예술위 내부의 혁신안을 마련하고 오는 24일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문화저널21 송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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