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의 시대읽기] 한국 교육, 실패한 종교

손봉호 | 기사입력 2018/05/14 [09:39]

[손봉호의 시대읽기] 한국 교육, 실패한 종교

손봉호 | 입력 : 2018/05/14 [09:39]

손봉호 박사(사진)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철학과 사회윤리학을 가르쳤으며, 한성대학교 이사장, 동덕여자대학교 제6대 총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현재는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초중고생 학부모들의 연령대 청중들에게 강연할 기회가 있으면 나는 “여러분의 자녀가 평균 성적은 95점인데 3등이 되는 것을 더 원합니까? 성적은 75점이지만 1등이 되는 것을 더 원합니까?”하고 물어본다. 대부분 모두 빙긋이 웃는다. 모두 후자를 원하지만, 그것이 매우 어리석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나는 좀 잔인하게 다그친다. “도대체 무엇하라고 자녀를 학교에 보냅니까? 공부하라고 보냅니까? 1등 하라고 보냅니까?” 

 

이 문제에는 그리스도인들과 비 그리스도인들이 다르지 않다. 심지어 그렇게 다그치는 나도 예외가 아님을 발견한다. 나 자신도 모르게 손녀들의 학교 성적보다는 그들의 석차에 더 관심을 쓰는 것이다. 철학을 가르치고 합리성을 강조하는 나 역시 없이 한국인이고 한국인의 세계관에 깊이 젖어있음을 발견하고 놀란다.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데도 사교육이 번창하는 것은, 학생들이 훌륭하고 좋은 교육을 받는 것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학생과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서다. 그것이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오는가는 정부와 학부모, 학생 모두가 다 알고 있으며 가능한 한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한국인의 경쟁심이 이렇게 높은 한 사교육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일자리가 한정되어 있기에 좋은 대학을 나와야 일을 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입시 경쟁이 치열한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도 그런 나라들에는 대입 경쟁이 우리만큼 치열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처럼 사교육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따라서 일자리가 많지 않기에 사교육이 번창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나라에 교육열이 유난히 높고 교육 경쟁이 특히 치열한 것은 철두철미 차세 중심적인 한국적 세계관 때문이다. 하나님과 내세를 믿지 않기에 삶의 모든 의미는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하고 삶의 모든 목적은 이 세상에서 이룩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입신양명, 즉 출세해서 이름을 날리는 것이 삶의 의미며 목적이 되어 있다.

 

그리고 과거를 통해 고위공직자를 선발한 유교적 전통이 이어져서 오늘날 교육이 신분상승의 가장 효과적인 사다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교육은 단순히 축적된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익혀서 삶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능력을 얻는 방편으로 받는 것이다. 한국에서 교육은 하나의 종교적 행위요 종교적 열정으로 이뤄진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삶의 목적이고, 이기기 위하여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런 전통은 때마침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정보화시대와 지식 기반 사회에서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고 그 덕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했다. 한국뿐 아니라 홍콩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 등 유교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발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과대평가된 교육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즉 삶의 의미를 제공하고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가? 모든 사람이 출세하고 이름을 날리면 좋겠지만 무한 경쟁에서는 1등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모두 패배자가 된다. 2017년 OECD의 한 조사에 의하면 자기 반에서 1등이 되고 싶은 학생이 OECD 평균 58%였는데 한국 학생은 80% 이상이었다 한다. 이런 경쟁심과 교육열로 사회는 발전했지만, 개인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불행해졌다. 종교적 열정으로 추구된 교육이 소기의 구원을 가져오지 못했다. 종교화한 교육은 실패한 교육이며 동시에 실패한 종교다. 

 

교육의 목적을 바꿔야 한다.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한 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높은 점수로 경쟁하는 교육이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남을 돕는 것이 높이 평가되는 인성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너무 당연해서 거의 무의미해진 공자님 말씀처럼 들리지만, 우리가 인간답게 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제 필수 조건이다.

 

*본 내용은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에 수록되었던 원고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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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18/05/16 [17:18] 수정 삭제  
  공교육을 학원식. 학과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 강의력 떨어지는 교사는 1명의 학생도 유치못하고, 강의력 좋은 교사는 100명의 아이들을 강의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학원 1개월이. 학교 1년보다 지식교육에 유익한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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