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여전히 ‘위험’을 팔고 있다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4/05 [10:23]

맥도날드는 여전히 ‘위험’을 팔고 있다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4/05 [10:23]

햄버거병의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한국 맥도날드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용혈성 요독증후군’에 걸릴 수 있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나는 아닐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초래하는 시가톡신 대장균은 100도 이상 고온에서 5분 이상 조리해야만 독소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맥도날드의 조리방침은 ‘심부온도 71도 이상’에만 그쳐있어 독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소비자가 혈변을 누고, 신장이 손상되고, 뇌에까지 독소가 번질 위험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오염패티 햄버거 판매한 맥도날드 책임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박영주 기자

  

햄버거 먹고 신장의 90%가 손상된 아이…맥도날드 처벌한 방법은 없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 혈변에 장출혈·신장장애 유발
위험성 높지만 제대로 된 관리방안 없어…여전히 부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기동민 의원실 주최로 ‘오염 패티 햄버거 판매한 맥도날드 책임은?’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맥도날드의 뻔뻔한 대응과 너무나도 허술한 국내 식품안전법 체계 등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햄버거병은 피해자들의 고소가 없었더라면 영원히 묻혔을 일이었다. 식품의 특성상 문제가 된 제품을 먹어버리거나 시간이 지나 상할 경우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역학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혈변과 장출혈을 일으키고 신장장애를 유발한다. 이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도 증명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무승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오염된 패티에 많은 양의 시가톡신이 있을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신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제대로된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미국은 1982년도에 햄버거병 사태 발생 이후 독성 단백질 균을 따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는 아직도 고위험성 대장균에 대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검사를 했을 때 균이 없으니까 안전하다고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구멍 뚫린 관리시스템과 허술한 법안, 그리고 그것을 악용한 맥도날드의 합작품은 곧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신장기능의 90%를 잃은 아이의 엄마 최은주씨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건강했던 아이가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라는 처음 듣는 병을 얻었다. 의사선생님은 ‘건강한 아이가 아니었으면 시술과정을 견디지 못했을 거다. 신장만 망가져서 다행’이라고 했는데 엄마로서는 너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라고 흐느꼈다.

 

▲ 최은주씨의 어린 딸(당시 5세)은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 요독 증후군에 걸렸다. 사진은 당시 입원한 딸의 모습.  © 박영주 기자

 

최씨의 어린 딸은 매일 투석을 받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생명과 직결되는 호스가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도 못한다. 수술부위는 벗겨지고 짓물러 있으며 유치원에서 가는 견학이나 체험학습에 참가할 수도 없는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는 ‘밥을 잘 먹고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산타할아버지가 라인을 빼줄 것’이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다. 그런 아이에게 엄마는 ‘신장기능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차마 해줄 수가 없다.

 

식약처는 햄버거병 발생 이후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법안 발의가 준비 중에 있다”, “아직은 법이 미비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적극적으로 조치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제대로 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맥도날드로 인한 햄버거병은 또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병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펴본다면 추가피해에 대한 우려는 씻어낼 수가 없다.

 

맥도날드, 검찰조사서 패티 회수했다 증언했지만…회수 증거 없어
자가품질검사에만 의존한 국내 식품관리규정…허점 못 잡아내


생산업체에만 책임 넘긴 맥도날드…유통관리자 책임은 없는 현행법
식품안전법 입법 취지와는 어긋난 검찰의 불기소처분…“납득 어려워”
식약처 “자가품질검사 법개정 검토 중…패티 조리기준도 강화하겠다”

 

햄버거병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혜’ 소속 황다연 변호사에 따르면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 요독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모두 맥도날드 본사 직영매장에서 판매한 제품을 먹고 화를 입었다. 본사 직영이기 때문에 관리가 철저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진 것이다.

 

햄버거를 먹은 아이들은 대부분 이틀 후 구토와 혈변증상이 시작됐다. 똑같이 신장기능 손상이 발생했으며 인공투석을 통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씻을 수 없는 장애를 안게 됐다. 사건을 수임한 황 변호사는 “자료를 수집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증상이 줄줄이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맥도날드가 식약처와 검찰에는 “패티를 회수했다”고 증언했지만 실제로 회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맥도날드에서 식품을 리콜할 때는 400여개 매장에 문제가 된 제품의 이름과 생산지, 생산시기 등이 기재된 정보를 전달하고 회수 혹은 폐기하라는 통보메일을 보낸다. 하지만 2016년7월 패티를 회수했다는 맥도날드의 주장과는 달리 메일을 발송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회수의 증거가 없었음에도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황 변호사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 맥도날드 양재점.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국내 식품법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YMCA 소비자위원 김희경 변호사는 “식품에서 벌어지는 위험의 외주화는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맥도날드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책임을 영세업체에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단계별 관리를 의무화해 맥도날드도 햄버거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지난해 12월경 패티 생산업체인 맥키코리아로부터의 수급을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업체를 바꾼다 하더라도 맥도날드 자체적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는 한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국내 식품관리 규정이 자가품질검사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맥도날드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패티를 생산 가공한 업체인 맥키코리아가 자가품질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들이 검사를 제대로 안하거나 즉각 통보하지 않을 때의 제재 방안이 없다. 실제로 햄버거병이 논란이 됐을 때도 업체가 10일 이후에 통보하는 바람에 2000여 박스가 전량 판매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맥도날드는 햄버거병 논란을 인지하고도 식중독 사고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외국과 달리 국내법은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해도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렵고, 사전허가만 받는데도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 판매를 즉각 금지시킬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기업들 스스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제도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방안이나 법이 제대로 마련된다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승한 소비자와함께 청년변호사포럼 변호사는 “현재 식품위생법은 주체나 범위의 제한이 없다. 위해의 우려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위해식품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법에는 피해결과가 발생해야 한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지만 검찰은 피해결과에만 초점을 맞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김 변호사는 “식품위생법 4조의 입법취지를 생각하면 이번 법적용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결과와는 무관하게 유통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어째서 검찰은 맥도날드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 적용을 보다 단단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자가품질검사 기준은 업체가 꼼수를 부리기 좋게끔 만들어져 있다. 가령 A업체가 닭고기 패티를 10% 생산하고, 소고기패티를 90% 생산하더라도 닭고기 패티의 자가품질검사 결과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소고기패티에 대한 자가품질검사는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

 

맥도날드는 이를 고스란히 악용했다. 장출혈성 대장균 오염 가능성이 낮은 닭고기 패티만 외부검사를 의뢰하고 돼지고기 패티의 위해성은 전혀 검사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식약처는 “생산량이 많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자가품질검사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검토 중”이라 답변했다. 패티의 가열온도 문제에 대해서도 “두께를 조절하는 방법이나 온도를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태는 사실상 미흡한 국내 식품안전법과 이를 악용한 맥도날드의 합작품이었다.

 

미흡한 법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맥도날드가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관련법 입법화와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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