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헌 방치하더니…‘王놀음’ 하려는 국회

송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3/19 [17:34]

[기자수첩] 개헌 방치하더니…‘王놀음’ 하려는 국회

송가영 기자 | 입력 : 2018/03/19 [17:34]

30년 만이다. 지난 1987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헌법이 개정된 후 올해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여기에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 개헌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기회는 몇 번 있지도 않다.

 

그러나 국회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미투 운동’을 수습하는데 여념이 없고,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온 신경을 쏟고 있는 한반도 외교에 색깔론 가득한 논평만을 낼 뿐이었다.

 

여야가 개헌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약속대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터다.

 

문 대통령은 올해초 외신들을 포함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늦어도 2월말에는 개헌안을 발의해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고, 국회의 논의가 부진할 때는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국회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그제서야 민주당은 국회 심의 기간을 준수해줄 것을 호소했다. 자한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을 ‘관제개헌’이라고 비판하며 ‘분권형대통령 책임총리제’ 정부형태를 급제안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 부여된 특권화된 권한은 내려놓되, 국민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거듭 강조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국회의 논의 권한을 박탈한 문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고, 정의당은 자한당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며 대통령 개헌안 철회에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명분이 없다는 것 같지만 문 대통령은 올해를 넘기면 개헌이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당선 이후부터 줄곧 국회의 협조를 요청해왔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장 제128조1에 따르면 개헌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자한당과 일부 야당은 무소불위의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겠다면서 국회가 내치를 담당하는 국무총리를 직접 선출하겠다고도 했다. 이러한 주장도 국회가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왕’이 되려는 심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주장한 “국회의 특권화된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말도 모순된다.

 

여야가 현안 해결의 시급성을 이유로 지금까지 방치해놓은 개헌은 국가의 ‘인류지대사’다. 이제 국회는 ‘왕’이 되기 위한 정쟁에만 집중할 것인지, 최소한 개헌에 관심있는 모습이라도 보일 것인지 선택해야할 때이다.

 

문화저널21 송가영 기자 song@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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