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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강이 엄마의 ‘끝나지 않은 전쟁’…환자 믿음 배신한 병원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찾은지 7시간 만에 사망, 병원 측은 진료기록부 조작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3/14 [16:37]

예강이 엄마의 ‘끝나지 않은 전쟁’…환자 믿음 배신한 병원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찾은지 7시간 만에 사망, 병원 측은 진료기록부 조작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3/14 [16:37]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찾은지 7시간 만에 사망, 병원 측은 진료기록부 조작

대학병원, 기록 허위작성하고도 ‘실수’ 운운무죄 판결로 유가족 두번 죽인 法

예강이법 만들어졌지만 해명은 없다…“아직도 딸이 죽은 이유 알지 못해”

 

9살 예강이. 꽃 같은 아이가 병원에서 죽었다. 응급실에서 사지를 억제당해 무리한 요추천자 시술을 5번이나 받고 생을 마감했다. 39분 가량의 시술은 마취없이 이뤄졌다.

 

아픈 아이를 안고 부랴부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을 찾은 어머니는 7시간 만에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진실을 알려달라는 어머니에게 병원은 하루가 지나서야 허위로 작성된 의료기록을 들이 밀었으며, 되려 예강이 어머니에게 ‘아동학대죄’를 들먹이기도 했다. 

 

유가족 마음에 대못을 박은 것은 대학병원뿐만이 아니다. 법마저 약자인 유가족에게 가혹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 이원신 부장판사는 지난해 전예강 어린이 사망과 관련해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는 어이없는 판결을 내리며 대학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 과정에서 해당 병원 출신 판사가 판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의도적 판결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전예강 어린이 응급실 사망사건과 관련해 '예강이 엄마' 최윤주씨가 14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 박수민 기자

 

생명을 살리는 의사를 믿었고, 공정한 법질서를 바로세우는 판사를 믿었던 어머니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딸의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실망뿐이다. 예강이가 가족 곁을 떠난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엄마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저희는 아직 딸이 죽은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예강이 엄마의 공허한 외침에 2심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14일 전예강 어린이의 어머니 최윤주씨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는 서울 교대역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지적된 문제점은 크게 △응급수혈시스템의 오작동 △대학병원 협진시스템의 문제 △진료기록시스템의 허술함 △전공의들의 무리한 요추천차 시술의 4가지였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전예강 어린이는 소아백혈병·급성혈액암이 의심되는 응급환자였다. 9시47분경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기면상태에 체온이 높고 맥박이 정상보다 훨씬 빨랐다. 전반적인 신체지수들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대학병원은 35분이면 도착하는 응급수혈이 아닌 최대 184분이 소요되는 일반수혈 처방을 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경과기록지에는 ‘헤모글로빈 수치와 혈소판 수치가 크게 낮아서 지금 당장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빨리 수혈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호자에게 설명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빨리 수혈’이라는 판단과 달리 일반수혈 처방을 내린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 전예강 어린이에게 요추천자 시술 처방이 내려진 후 시술이 진행되는 모습. 해당 CCTV 영상에서 수혈은 15시04분 이뤄졌지만, 향후 조작된 기록부는 12시11분에 수혈이 이뤄졌다고 허위기재돼 있었다.   © 박수민 기자

 

그것도 모자라 2년차 레지던트(전공의)는 L씨는 협진결과가 나오기 전인 13시45분경부터 요추천자 시술 수시처방을 했다. 수혈을 통해 생체 징후부터 교정하라는 소아혈액종양과와 소아신경과의 협진결과가 나온 것은 각각 18시36분과 15시35분이었다. 사실상 협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수혈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전예강 어린이는 시술 시행 전부터 발열, 빈호흡, 빈맥, 심각한 빈혈 등이 있어서 신속한 적혈구 수혈을 완료한 후 요추천자 시술을 진행해야 했다. 그럼에도 병원 CCTV 영상을 기준으로 수혈이 시작된지 5분만에 시술이 이뤄졌다. 

 

오른쪽 팔과 발이 사지억제대에 묶여있어 발버둥치는 전예강 어린이를 의료진 2~5명이 손과 무릎으로 붙잡고 힘으로 억누른 상태에서 39분 동안 레지던트2명이 5회에 걸쳐 무리한 요추천자 시술을 했으며, 그 결과 심정지가 발생했고 아이는 사망에 이르렀다.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환자단체 안기종 대표는 “저도 아내가 백혈병을 앓고 있다보니 요추천자 시술의 고통을 알고 있다. 성인들도 고통스러워서 발버둥 치는데 9살 어린아이가 마취도 없이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예강이 엄마 최씨는 CCTV영상을 캡쳐한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대학병원 측은 수혈시간과 응급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실제 CCTV 기준으로는 수혈이 이뤄진 것이 15시04분이었지만 간호사 Y씨는 제1·2 적혈구 수혈시간을 허위로 기재해 12시11분 수혈이 이뤄진 것처럼 자료를 조작했다. 

 

레지던트 K씨는 전예강 어린이 사망 당일 작성한 응급실 환자 18명 중 전예강 어린이를 포함한 9명의 응급진료기록부를 일괄적으로 허위기재하기도 했다. 허위 기재된 기록부에서 전예강 어린이는 맥박이나 헤모글로빈수치가 정상인 것으로 나와 있다. 

 

이러한 사실이 추후 드러나고 전예강 어린이의 어머니 최윤주씨가 형사고발을 하자, 그제서야 병원 측과 간호사, 레지던트는 “실수로 기재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허위기재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형사1심 판결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신영희 판사는 레지던트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초범인 점을 일부 참작해 ‘죄질이 가볍지 않으나 벌금 100만원 형을 선고한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놓았다. 간호사의 실수에 대해서도 인정하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 전예강 어린이 응급실 사망사건과 관련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가 14일 기자간담회서 발언하고 있다.  © 박수민 기자

 

환자단체 안기종 대표는 “나중에 취재를 진행한 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병원 측 홍보담당자는 ‘예강이 부모를 아동학대로 예강이를 죽인 나쁜 부모’라며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며 “사죄와 위로는 못할망정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행위”라 날을 세웠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윤주씨 역시도 “예강이가 가족 곁을 떠난지 벌써 4년이지만 저희는 아직 딸이 죽은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힘들고 지치고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최씨는 “의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고 소송을 통해 법에 의지하고 판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믿음이 컸기에 결과 또한 충격적이었다”며 “1심 판결의 어이없는 결과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2심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전예강 어린이의 엄마 최윤주씨가 14일 대법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전예강 어린이가 응급실에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 2월28일에는 두 번째 예강이법으로 불리는 ‘진료기록 블랙박스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이 만들어지고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만 아직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겨우 1심판결이 나왔을 뿐이며 2심을 넘어 최종 판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예강이는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엄마는 아직까지 딸을 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피해자들이 또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저희가 이렇게 힘들게 지내는데 다른 피해자들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저희도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고 하차하고 싶었지만 희망을 가진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의료사고는 발생하지 말아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들이 더는 힘들게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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