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벙글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饗宴)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 “봄비” 그친 아침, 미세먼지 가득했던 하늘 유리창을 닦아낸 것처럼 투명한 풍경이 다가온다. 먼 산 윤곽도 어린이가 그린 크레파스 선처럼 선명하다. 둔덕 빨랫줄에 빨래를 탁탁 털어 널며 마음의 더께도 털어 낸다. 사금파리처럼 반짝거리는 앙증맞은 양지꽃들의 수다에 가까이 다가가 귀 기울여 본다. 덤불 속 작은 양지꽃들을 바라보며 ‘영미야’ 라고 컬링선수들 보듯 불러본다. 마음속으로 ‘영미들’의 환한 웃음이 햇살처럼 퍼진다.
긴 가뭄 끝에 찾아오신 “봄비”. 메말라 부르트고 갈라졌던 땅들이 다시 메워지고 푸근해져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씨앗들도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리라. 강퍅한 우리들 마음에도 “봄비” 내리면, 메마르고 갈라졌던 마음들 다시 메워지고 푸근해져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벙글벙글 고운 꽃밭”같은 봄날을 건너고 싶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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