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산업 종사자들, 청사진 제시할 때가 왔죠”

한국음반산업협회 유승환 실장 “소비자의 다변화된 요구 담아내야”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2/27 [16:27]

“음악산업 종사자들, 청사진 제시할 때가 왔죠”

한국음반산업협회 유승환 실장 “소비자의 다변화된 요구 담아내야”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2/27 [16:27]

“우리나라만큼 음악 산업의 변화가 빠른 나라는 없을 겁니다. 음반의 몰락과 음원의 등장, 그리고 팬덤의 탄생까지. 한국에서 시작된 팬덤 문화가 전 세계로 번진 것처럼 우리나라는 이미 음악 산업을 주도하는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 역시도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그런 때가 왔다고 봅니다.”

 

22일 서울 상암동 한국음반산업협회(이하 음산협)에서 만난 유승환 실장은 다변화된 소비자들의 요구를 총족하기 위해서는 작사·작곡가, 가수, 음반제작사 등의 관계자들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실장이 생각하는 청사진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명한 음반 유통시장 구축 △실제 판매량 기반의 공정한 차트 운영 △음악시장의 다양성 추구 △기술혁신을 통한 접근성 확대 등이 있었다. 

 

그는 “음산협은 제작자들에게는 새롭게 바뀐 시장을 알려주고, 소비자들에게는 제작자들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함으로써 다양성이 넘치는 음악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한국음반산업협회 유승환 실장이 22일 서울 상암동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음산협, 공정한 차트집계 위해 한터차트와 손잡아

“진정성 강하게 느꼈다…서로의 입장 이해하고 있어”

가온차트 향해 “온라인 음원만 집계했어야…무조건 독점, 옳지 않아”

 

98년경 오프라인 음반시장이 붕괴되면서 만들어진 음산협은 기본적으로 저작권 신탁관리를 하고 있는 단체다. 음산협은 20년 동안 음반의 몰락부터 소리바다의 등장, 불법 다운로드 사태,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등장까지의 과정을 쭉 지켜봤다. 

 

음악 시장이 바뀌면서 소비자들, 이른바 팬덤도 바뀌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소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음반구입량이 인기의 척도 중 하나로 분류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사재기 없는 공정하고 투명한 차트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음산협은 한터차트와 협력해 공정한 차트집계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유 실장은 “한터차트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제 판매량을 집계하고 있다. 물론 도매상 입장에서는 돈과 관련된 자신들의 실적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꺼릴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음원사재기 문제라든지 실제 거래량 등의 지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산협은 왜 한터차트와 손을 잡기로 결정했을까. 유 실장은 ‘진정성’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한터차트는 지금의 음반 소비패턴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좋은 파트너”라며 “한터차트 구자각 회장님이나 곽영호 대표님에게서 공정한 차트에 대한 진정성을 강하게 느꼈다. 그래서 형식적 MOU가 아닌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했다. 양측 모두 음악시장의 변화를 지켜봤다는 점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박영주 기자

 

동시에 유 실장은 최근 음원을 넘어 음반집계에 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온차트에 “처음 취지대로 온라인 음원만 집계해야 했다. 이것은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가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 일침을 놓았다. 

 

음콘협에는 거대 플랫폼사와 메이저사가 들어있다 보니 시장영향력이 크다. 이 때문에 가온차트가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실장은 “특정 업체가 음악시장을 독점하거나 선도해선 안 된다.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용자(팬덤)의 니즈는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다 하겠다는 식인데, 음악시장은 그렇게 성장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음반집계 청사진 제시

AI스피커도 다양한 니즈 담아야…기술 통해 세대차이 극복할 수도

“음악의 가장 큰 힘은 다양성…비방 말고 사랑과 합리적 비판해 달라” 

 

그렇다면 공정한 차트집계를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집계를 해야 할까. 유 실장은 “무엇보다 자기가 해오던 부분에 있어 전문성을 확보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명한 실제 거래량 공개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유 실장은 “일단 실제 판매량 집계에서 중요한 것은 발매한 음반이 소비자까지 도달하는 유통구조를 정확하고 빠르게 실시간으로 잡아낼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 2~30년 동안 사용해온 바코드체계는 이력을 담지 못해 한계가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면 발매에서 소비까지의 이력이 남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력을 암호화 시킨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음반 산업에 적용해 투명한 유통시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음산협은 보다 공정한 차트 시스템 구축을 위해 기술자들이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 한국음반산업협회 현판 앞에서 유승환 실장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유 실장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AI스피커 사업에 있어서도 “다양한 메타정보를 빅데이터화 시켜 태그를 걸어줌으로써 트로트나 가곡에 대한 접근성도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발전은 빨라지고 있지만 세대차이도 심해지고 있다. 젊은 층은 몇 번의 클릭과 결제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지만 어른들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금의 음악산업도 젊은층에만 맞춰져 있는 상황”이라며 “만일 AI스피커 기술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세대 간 격차를 허물고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기술자나 공급자들의 노력 외에 음악을 소비하고 유통하는 이들도 음악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이 있을까. 

 

유 실장은 “음악의 가장 큰 힘은 다양성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소비하는 것도 좋지만 트로트나 인디 등 다른 장르의 음악도 함께 성장해야만 진정한 음악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내가 관심 없는 장르의 음악이라고 할지라도 비방을 하는 등의 행태는 음악 산업발전에 저해된다. 따뜻하게 격려하고 사랑해주고, 합리적으로 비판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력하는 가수들, 음반제작사들이 영속 가능하도록 합법 콘텐츠를 이용해 음악을 즐겨 달라 당부했다.  

 

끝으로 유 실장은 음악 산업은 공급자만이 만들어가는 것도, 소비자만이 만들어가는 것도 아닌 만큼 지속적으로 대화의 장을 열고 양측이 만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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