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가족의 탄생 / 김산

서대선 | 기사입력 2018/02/12 [09:06]

[이 아침의 시] 가족의 탄생 / 김산

서대선 | 입력 : 2018/02/12 [09:06]

가족의 탄생

 

   물방울을 본다. 물의 방울을 본다. 물의 방과 울을 본

다. 물의 방 안에 갇힌 울은 울울하다. 물의 울에 갇힌 방

은 자꾸만 동글동글. 한 방울이 두 방울의 울을 뛰어넘는

다. 세 방울이 몰랑몰랑하게 가계를 꾸린다. 한 방울이 비

틀비틀 귀가하고 한 방울이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한

방울이 뒤뚱뒤뚱 유치원에 간다. 물의 방은 꽃이 피고 물

의 울은 새를 가둔다. 단란한 물방울 가족이 지구별에 착

륙했다. 물의 울이 그들을 엄호할 것이다. 꽃과 새의 말들

이 지하로 스며들 것이다. 당분간 물방울로 살아도 좋겠

다. 물과 방과 울은 증발하지 않기 위해 뭉치고 뭉치지만.

거대한 구름의 띠가 구축되고 있다.

 

# 헬기가 뜰 것이다. 드론도 띄울 것이다.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를 나는 헬기 속에선  목소리 톤을 높인 기자가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생중계 할 것이다. 드론은 고향 마을을 찾아가 낮게 날며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명절 음식 장만하는 모습을 담아낼 것이다. 설날이 다가오면 온 국민들은 마치 강력한 장력으로 뭉치려는 “물방울 가족”처럼, 오래전 “지구별”에 착륙해서 고향이란 곳을 만들어준 그리운 “물방울”을 만나 더 큰 물방울로 합체되기 위해 달려가는 것만 같다.

 

‘수세(守歲)한다’는 뜻은 설맞이 준비가 바쁘니 섣달 그믐밤에는 잠자지 말고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년시절 두 눈을 비벼가며 잠을 참다가 스르르 잠들면 어른들은 아이들 눈썹에 흰 떡살가루를 발라 놓고 눈썹이 세었다고 놀리기도 하였다. “물방울”처럼 뭉친 가족들은 가족체계의 위계질서 속에서 조상님께 절을 올리고 덕담을 나누고 명절음식을 나누며 세시풍속을 즐겼다. 

 

“물과 방과 울은 증발하지 않기 위해 뭉치고 뭉치지만.” 산업과 경제구조의 변화는 전통적 가족제도에 “거대한 구름의 띠가 구축되”는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명절이 되어도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한 방울”의 물처럼 홀로 떨어져 헬리콥터와 드론이 보여주는 TV 속 고향 마을을 바라보며 울먹이는 이웃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사회일반
썸네일 이미지
‘코레일 직접고용 촉구’ 청와대에 서한 전달
사회일반
‘코레일 직접고용 촉구’ 청와대에 서한 전달
노조, 코레일 비정규직·간접고용 9천명 추산이명박 정부 때 5천명 감축 후 외주로 전환10월 1일 1천명 직접고용, 나머지는 불투명“자회사 고용은 정책 왜곡, 정부 감독 필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알고먹자
썸네일 이미지
[알고먹자] 달콤한 치료제 ‘체리’…수면장애에 효과적
알고먹자
[알고먹자] 달콤한 치료제 ‘체리’…수면장애에 효과적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 중 하나인 ‘체리’는 특유의 달콤하고 상큼한 맛 때문에 각종 디저트 등에 활용된다. 강렬한 달콤함과는 달리 체리의 칼로리는 20개에 90kcal로 낮아 다이어트 중일 때 간식으로도 손색...
소비/트렌드
썸네일 이미지
참이슬·필라이트, 쌍끌이에 웃는 ‘하이트진로’
소비/트렌드
참이슬·필라이트, 쌍끌이에 웃는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과 발포주 ‘필라이트’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2분기 하이트맥주의 부진을 상쇄할 정도의 효과는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3분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는 ...
인터뷰
썸네일 이미지
[인터뷰] “양승태 한국 사법 흑역사에서 태어난 괴물”
인터뷰
[인터뷰] “양승태 한국 사법 흑역사에서 태어난 괴물”
앞서 지난달 12일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이하 열전 편찬위)는 반헌법 행위자 115명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민주화 이후 처벌하지 못했던 이들을 역사적 법정에 세우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사회일반
썸네일 이미지
다같은 ‘재활용 마크’가 아니다…폐기물도 천차만별
사회일반
다같은 ‘재활용 마크’가 아니다…폐기물도 천차만별
최근 환경부가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내놓으면서 용기재활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환경을 지키는 재활용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분리수거’다. 하지...
사회일반
썸네일 이미지
보수언론 '왜곡'으로 시작된 ‘탈원전’戰
사회일반
보수언론 '왜곡'으로 시작된 ‘탈원전’戰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 말 보수언론은 일제히 정부가 원전 5기를 더 가동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탈원전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전력사용량이 증가하자 50%대까지 떨어...
저널21
썸네일 이미지
변칙이지만 괜찮아(?)…명성교회 면죄부 준 예장통합 재판국
저널21
변칙이지만 괜찮아(?)…명성교회 면죄부 준 예장통합 재판국
 지난해 11월 ‘편법 세습’ 논란에도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가 교단의 인정까지 받게 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 재판국은 지난 7일 명성교회 목회세습 등 결의 무효 소송 관련 재...
자동차
썸네일 이미지
현대차, 좌석마다 다른 음악 듣는 '독립음장' 제어 공개
자동차
현대차, 좌석마다 다른 음악 듣는 '독립음장' 제어 공개
각 좌석 별로 서로 다른 음악 듣기 가능프라이버시 침해 걱정 없이 차 안에서 개인 통화 및 보안 필요한 대화 가능운전자에겐 필요하지만 탑승자에게 불필요한 소리도 차단   같은 자동차 안에서 좌석마다 서로 다른 음...
문화
썸네일 이미지
고국에 돌아온 김구 '광명정대(光明正大)' 휘호
문화
고국에 돌아온 김구 '광명정대(光明正大)' 휘호
독립운동가 후손인 재미동포가 기증해 문화재청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인도 백범 김구(1876~1949)가 1949년에 안중근 의사 순국 39주년을 기념하여 쓴 글씨 '광명정대(光明正大)'가 고국에 돌아왔다. 김구의 이 글씨는 1949년 3...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MJ포토] 행진하는 일제강점기 피해자 유족들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