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별용달 김상수씨의 인생 ‘5막1장’

취업과 창업 모두 경험 ‘결국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게 중요’

임이랑 기자 | 기사입력 2018/01/29 [16:17]

[르포] 개별용달 김상수씨의 인생 ‘5막1장’

취업과 창업 모두 경험 ‘결국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게 중요’

임이랑 기자 | 입력 : 2018/01/29 [16:17]

개별용달 일하면서 취미생활도 즐기게 된 김상수씨

취업과 창업 모두 경험 ‘결국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게 중요’

 

개별용달을 하고 있는 김상수씨는 사업과 취직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자신의 사업에서 실패한 후 취직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자 프리랜서 형식으로 개별용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개별용달의 경우 배송 거리와 상품의 무게로 일당이 잡힌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내가 일 한만큼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행복하다”고 떳떳하게 말했다. 

 

▲지난 11일 김상수씨가 트럭에 실린 물건을 내리기 위해 고무벨트를 풀고 있다.©임이랑 기자

  

내가 행복해야 하는 이유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11일 오전 7시 20분에 김 씨를 만났다. 그는 “어젯밤 늦게 용인에서 받은 합판을 김포시 대곶면으로 가져다 줘야한다”며 기자를 트럭에 태웠다.

 

“추운 날 기자가 온다니 1시간 정도 일을 늦게 시작한다. 일찍 일을 시작해서 일찍 퇴근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 가는 곳은 김포시 대곶면이다. 배송 때문에 가는 곳이지만 초행길이라 설랜다” 

 

김 씨는 집에서 바로 배송지로 이동한다. 과거와 달라진 근무 환경이다. 이는 개별용달 업계도 4차 산업혁명을 피해갈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의 경우 개별용달 기사들은 주선소(알선소)에 가서 일을 받아야 했다. 그렇기에 주선사 사장과 친분이 있지 않으면 일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앱에서 일을 구하기 때문에 굳이 주선사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주선사 시절보다 이것저것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연세가 있는 용달 기사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에 서툴러 지금도 주선사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요즘엔 주선사에 일을 의뢰하는 배송지 업체가 거의 없다.”

 

배송지인 김포로 가는 도로는 출근시간과 겹쳐 빨리 달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서두르지 않았다.

 

“출근 시간이기에 배송이 늦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오히려 빨리 가려다 사고가 날 수 있다. 운전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다. 물건을 받는 곳에서 빨리 오라해도 길이 막히는데 어쩔 수 없다.”

 

그는 개별용달 자체가 프리랜서라는 점을 강조하며, 몸이 아프거나 트럭이 이상하다고 느껴질 경우에는 일을 쉬었다. 김 씨가 개별용달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약 250만원 정도다. 본인이 더 욕심을 낸다면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도 있지만 그는 자신이 하루에 4건 정도의 일을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배송지에 도착했다. 합판을 내리기 위해 해당 공장에선 지게차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지게차가 합판을 잘 내리는 지 확인한 후 계산서에 담당자 서명을 받은 후 다시 트럭에 올랐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고 한 건의 일이 끝난 것이다. 

 

“공장마다 지게차가 있어 굳이 내가 내릴 필요가 없다. 개별용달이라는 일이 배송지와 배송처로 오고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상하차에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개별용달로 이사를 한다거나 일손이 부족하거나, 지게차가 없을 경우에는 도와준다. 나는 배송을 하는 사람이지 상하차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돈만 보고 일했다면 그러한 지시(부당행위)에 말도 꺼내지 못했겠지만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기에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

 

개별용달을 하면서 김 씨는 배송처에서 가끔 물건을 내리라는 지시를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개별용달 기사들이 물건 상하차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건의 배송이 끝난 뒤 갓길에 트럭을 세워놓고 스마트폰으로 다음 일을 찾고 있다. © 문화저널21

 

개별용달 기사가 되기까지

 

그는 개별용달을 시작한 지 3년 밖에 안 된 일명 ‘초짜’다. 그는 일할 때가 행복하다. 남들이 봤을 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기에 하는 말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남달랐다.

 

20대부터 세운상가에서 일을 해왔던 김 씨는 삼십대 중반을 향할 무렵인 98년도에 용산 전자상가에 입성했다.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용산상가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30대에 사업을 시작하니 꿈도 컸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음향기기를 팔았는데 이것저것 엮여서 완전히 망했다. 또 당시가 IMF 시기였다. 이후 5년을 방황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백수로 지냈다.”

 

김 씨는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에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취객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과 밤에 일을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운이 좋았다. 대리운전을 그만둘까 하는 시기에 사장이 나에게 사무실 인수를 제안했다. 소규모 회사라 정말 값싸게 인수했지만 사장이라 해서 대리운전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사장이지만 대리운전을 하는 그는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경기도 광명에 있는 도자기(접시) 공장에 취직했다. 그러나 사업 혹은 혼자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왔던 그에게 도자기 공장의 근무 환경은 낯설기만 했다.

 

“공장 내에서 알력 다툼이 심했다. 눈앞에서 사라지기만 하면 욕을 하니까. 화장실 가기도 겁이 났다. 그럴 때마다 트럭에 그릇을 싣고 배달을 나가는 직원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렇게 부러워만 하던 배달 업무가 어느 날 김 씨에게 찾아왔다. 도자기공장 사장이 그에게 배달 업무를 시킨 것이다.

 

“속으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배달을 가던 날 우연치 않게 72살에 개별용달을 하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놀면서 한 달에 200만원 정도 번다. 크게 힘도 들지 않고. 이 쪽에 관심이 있다면 알아보라’고 추천했다. 도자기 공장에서 받는 월급과 대리운전 회사를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용달 트럭을 구매했다.” 

 

특히 과거 대리운전을 하며 수도권 이곳저곳을 누볐던 경험이 개별용달을 함에 있어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늦은 밤에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곳저곳 내가 트럭을 몰고 지역의 풍경을 보면서 맛집을 찾아다는 것에 만족한다. 개별용달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주변에서 개별용달을 한다면 추천한다. 임대료가 들지 않으며,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또 눈치 볼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개별용달을 통해 김 씨는 평일 저녁에 드럼을 치는 취미생활도 즐기고 있다. 대리운전과 도자기 공장을 다닐 때는 꿈도 못 꿨던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남들이 개별용달에 대해 무시할 수 있지만 자신은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별용달처럼 노란 번호판을 달고 있는 트럭에 대해선 국가가 유가보조금을 지급한다. 비록 지원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장거리를 뛰는 개별용달 기사들에겐 큰 힘이 된다.

 

▲ 실은 물건이 배송 중 떨어지지 않게 정리하고 있는 김상수씨.  ©임이랑 기자

 

세상에 모든 돈이 나를 따라오지 않는다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다음 일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만 바라보던 그가 일을 잡았다. 근처의 한 공장에서 인천남동 공단까지 부품을 배송하는 것이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지나 배송처에 도착했으나 문제가 발생했다. 김 씨의 1톤 트럭에 실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결국 그는 물건을 실을 수 없다며 차를 돌렸다.

 

다시 일 찾기에 나선 김 씨가 잡은 배송처는 화성시 마도면에 위치한 공장이었다. 이번에 싣는 물건은 패널이다. 배송지 공장의 지게차는 김 씨의 트럭에 패널을 실었다. 그는 패널이 떨어지지 않게 고무벨트로 단단히 묶었다. 

 

“무거운 짐을 싣고 가는 것보다 높은 짐을 싣고 가는 게 더 위험하다”며 “후진할 때 뒤도 안 보이고 떨어질 수 있기에 싫다. 가벼운데 너무 높을 경우 배송하지 않는다.”

 

패널을 싣은 김 씨의 트럭은 김포시 대곶면에서 화성시 마도면을 향해 달렸다. 약 1시간 만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배송처에서 요구한 물건이 아니었다. 김 씨가 싣고 온 패널은 ‘50T 패널’이었지만 공장 담당자는 ‘25T 패널’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와 기자를 사이에 두고 전화로 배송지 담당자와 배송처 담당자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기자가 왔다고 그런지 이런 일이 많지 않은데 오늘 유독 이런다. 이럴 경우 왕복요금을 받으면 된다.” 

 

한 차례 일을 해결하고 점심시간이 됐다. 그가 짐을 싣고 가는 곳 대부분이 공단단지이기에 주변 식당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옆 테이블에서 후딱 밥을 먹고 일어서는 노동자들에 비해 그는 천천히 식사를 했다.

 

“나같이 개별용달을 하는 사람에게 점심시간은 길다. 천천히 먹어도 된다. 사업을 할 때나 직장을 다닐 때는 점심도 빨리 먹었다. 여유가 없었으니까. 내 고향이 영광이다. 남들은 고향에 갈 때 돈을 쓰고 내려가지만 나는 배송처를 영광을 잡고 내려가면 된다. 돈을 벌면서 고향에 간다. 퇴근도 마찬가지다. 빈 트럭으로 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그는 트럭에서 다시 일을 잡았다. 그는 자신의 거주지인 부천과 가까운 지역으로 배송처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부천과 가까운 지역인 시흥의 한 창고로 배송처를 잡은 그는 다시 트럭을 몰았다. 김 씨의 트럭에는 2개의 화물 운반대에 가득 쌓인 화장품이었다.

 

그와 시흥에 도착했을 무렵은 오후 6시20분, 겨울이기에 해는 일찍 저물고 어둠이 짙게 깔렸다. 김 씨는 기자와 하루를 같이 하면서 단 한 번도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나도 젊었을 때 돈만 쫓고 살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돈만 보고 달리면 결국 탈이 난다. 번듯한 직당도,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용달 일을 하면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게 너무 좋다.”

 

문화저널21 임이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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