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십자사 '비프탈레이트 혈액백' 검토 안한다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1/17 [12:05]

[단독] 적십자사 '비프탈레이트 혈액백' 검토 안한다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1/17 [12:05]

국민들이 헌혈한 피를 담는 ‘혈액백’은 대한적십자사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매년 입찰을 통해 혈액백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들이 혈액백을 공급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적십자와 혈액백(수혈세트) 입찰계약을 이어온 업체는 ‘녹십자MS’와 ‘태창’ 뿐이다. 이중 녹십자MS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대한적십자와 녹십자의 독점계약이 이뤄져 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기관과 독점구도를 이어오면서 녹십자는 탄탄한 거래처를 마련해놓은 상태였다. (관련기사:[단독] 적십자와 녹십자의 끈적한 '혈(血)맹')

 

하지만 올해는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적십자사가 혈액백 입찰에 있어 ‘국내’라는 제한을 없애면서 프레지니우스 카비라는 업체가 신규로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사실상 독점입찰의 특혜를 누리던 녹십자MS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 그동안 적십자는 혈액백 입찰조건을 녹십자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 신광식 기자

 

녹십자MS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국감을 앞둔 10월 경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쓰지 않은 ‘친환경 혈액백’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언론에 알리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보건복지위원장인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친환경 혈액백 보급에 힘써 달라”고 말하며 사실상 GC녹십자 제품에 힘을 실어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년도 입찰에 ‘비(非)프탈레이트 가소제만을 사용한 혈액백’이라는 조건이 신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만일 대한적십자사에서 이같은 조건을 내놓으면 결국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업체는 GC녹십자 하나로 한정된다. 그렇게 되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적십자사 '녹십자 밀어주기' 논란됐던 '국내' 조항 없앨 것

 

지난해 국감 지적 '비프탈레이트 가소제 혈액백' 이슈 

국감 앞두고 "(특정 회사의)언론플레이" 검토안할 것

 

입찰조건과 관련해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주백(보조백을 제외한 메인백)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포함된 혈액백을 하기로 했다. 혈액관리 소위원회에서 이같은 방식이 결정됐고,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수준에서 혈액백 입찰기준을 맞추기로 했다”며 “시중에 있는 모든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GC녹십자에서 출시하는 비(非)프탈레이트 가소제 혈액백은 개발됐다 하더라도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안전성 검사를 거쳤다 하더라도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제품을 사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선을 긋고 "(특정 업체의)언론플레이라고 본다"는 입장이다. 

 

대한적십자사의 말대로라면 기존에 계약을 성사시켰던 GC녹십자도, 새로이 입찰시장에 뛰어드는 프레지니우스 카비도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양승조 국회의원은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제품을 왜 보급하라고 대한적십자사에 바람을 넣었을까.

 

10월 국감 당시 양 위원장은 “이미 올해 2017년 5월23일 국내 업체가 친환경 가소제인 DINCH혈액백을 개발해 식약처 의료기기 제조 허가까지 받았다. 이달 12일부터는 친환경 가소제 혈액백이 출시됐다”고 말하며 “안심하고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인지 빠른 임상실험 등을 통해 철저히 환인한 후 서둘러 보급에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적십자에 요구했다.  

 

국정감사 당시 화두가 '케모포비아' 였던 만큼,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가소제나 화학성분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상태였다. 양 위원장도 국민건강을 이유로 녹십자MS의 제품을 언급한 것으로 비춰진다.

 

녹십자MS가 자신들이 국내 최초로 친환경 혈액백을 개발했다고 언론에 알린 시기는 10월12일이었다. 그리고 양 위원장이 해당 제품을 언급한 것은 10월23일이었다. 

 

양 위원장이 언급했던 친환경 가속제 DINCH혈액백을 만드는 국내업체는 GC녹십자의 계열사인 ‘녹십자MS’가 유일했다. 그는 국정감사 당시 “이러한 제품이 개발된 것도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을 질책하기도 했다. 

 

물론 프탈레이트는 폴리염화비닐(PVC)를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가소제로, 노출될 경우 발암물질·생식기장애·주의력결핍 등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가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식약처도 2015년7월1일부터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식약세트 사용을 금지해왔다. 

 

양 위원장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비(非)프탈레이트 가소제 혈액백 사용을 주장했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맹점이 숨어있었다.

 

비(非)프탈레이트 혈액백에 적혈구를 저장할 경우, 적혈구 파괴와 관련된 용혈 수치가 현저히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상존했던 것이다. 즉 비프탈레이트 가소제 혈액백은 수혈 받는 이들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들어있는 메인백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승조 의원실에서도 적혈구 보존에 문제가 발생하는 비(非)프탈레이트 혈액백에 대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프탈레이트계 혈액백의 환경호르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능상 차이가 없는 것이 증명됐다면 친환경 제품을 쓰는 것이 당연히 좋겠지만, 아직 제품이 상용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친환경에만 초점을 맞춰 '적혈구 보존'이라는 기본적인 사항을 등한시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번 혈액백 입찰과 관련해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입찰 시기는 구체적으로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진행하려고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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