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전무죄·유권무죄’ 바닥으로 떨어진 사법부 신뢰도

박수민 기자 | 기사입력 2018/01/03 [17:18]

[기자수첩] ‘유전무죄·유권무죄’ 바닥으로 떨어진 사법부 신뢰도

박수민 기자 | 입력 : 2018/01/03 [17:18]

‘유전무죄 무전유죄’, 말 그대로 돈과 권력이 있으면 사법부와 검찰의 칼날을 비켜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말이다. 

 

어느샌가 너무나 익숙하게 입에 붙어버린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지난해 유난히 많이 들려왔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적폐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사법부 개혁에 대한 비판은 더 컸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재벌과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반응은 “그럴줄 알았다”, “항소해서 곧 집행유예 받겠네” 등 이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2017년 12월 21일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 ‘집행유예’, 같은 달 22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무죄’, 동월 28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구속영장 기각 등은 정권 교체 후 조금이라도 달라질 것을 바랐던 국민들의 기대감을 또 다시 저버렸다.

 

특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부터 국정원 퇴직자와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까지 총 4명의 구속영장을 기각시킨 오민석 판사는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달 28일 ‘썰전’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를 향해 “유전 집유(집행유예), 무전 실형”이라며 일갈했다. 항로보안법상 ‘항로변경죄’를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좁게 해석한데 대한 비판인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법원이 지위가 높든 낮든 검사든 아니든 가난뱅이든 재벌이든 똑같은 잣대로 했으면 좋겠다. 정말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요만한 것 갖고도 징역 2~3년을 받는데, 도덕이 없는 법은 공허하다”고 허탈한 감정을 내비쳤다.

 

사법부 중에서도 대법원을 향한 질타는 더욱 날카롭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의 판례는 해당 사건의 하급심에 대해서만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하지만 재판부의 비슷한 다른 사건을 판결할 때 과거 판례를 참고하거나 이를 근거로 판단하는 관습 때문에 판례는 사실상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어떠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하급법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즉, 상급법원인 대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될수록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행태는 더욱 횡행할 것이다.

 

더불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힘을 빌린 탓인지 무죄 선고를 받은 홍준표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구형을 질타했다. 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젠 (이재용 부회장을) 풀어줄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헌법 아래 동등한 권력과 의무를 지닌 한 국민이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는 그를 범법을 저지른 범죄자가 아닌 돈과 권력을 지닌 경제인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대표에게서 이런 언급이 나왔다는 점은 지금까지의 사법부와 검찰 내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러 질타가 쏟아지자 사법부를 개혁하려는 개혁주체들은 스스로 개혁하겠다며 ‘셀프개혁’을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신뢰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 모두가 헌법 아래 평등하게 재판을 받아야 하지만, 그 법을 해석하고 판단해 적용하는 주체인 사법부가 ‘특권의식’에 젖어 공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사법부의 권리는 그들이 특별하라고 주어진 권리가 아니다. 특권층과 어울려 그릇된 사고에 갇힐 것이 아니라 진실된 국민의 입장에서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문화저널21 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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