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난경難境* 읽는 밤 / 백인덕

서대선 | 기사입력 2017/12/26 [09:01]

[이 아침의 시] 난경難境* 읽는 밤 / 백인덕

서대선 | 입력 : 2017/12/26 [09:01]

난경難境* 읽는 밤

 

눈이 가려워 시각을 알고

맥이 풀려 때를 알며

몸 마르니 계절을 알고

마을을 벗어나서야 시대時代를 알겠더라.

 

당나귀를 부르면

요령搖鈴도 없이 야시장 뒷길,

발굽을 울리며, 문가에 서성이는 검은 눈망울.

휘-익, 식은 국수 한 그릇 먹는다.

 

지인知人 만나 생활을 알고

학인學人과 더불어 상황이 이해되고

TV에서 시대를 느끼지만,

뒷동산 버려진 쉼터에서 운다.

 

마차를 부르면

발굽소리 없이 습지의 건너편,

검은 흙먼지 날리며, 경계를 위협하는 잿빛 갈기들,

채 여미지 못한 옷자락 나부낀다.

 

-어디에서 떠날 것인가.

*난경: 절대로 지나갈 수 없는 진리의 핵심, 그리스어 ‘aporia'와 유비적 관계임

 

# ‘생존배낭은 가지고 있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모임에서 고개만 가로 저었다. 어디로 갈 것인가? 발붙이고 사는 땅마저 흔들리고 갈라지는 데... 지구 깊은 곳을 흘러 다니던 마그마는 연약한 지반을 찾아 치솟아 올라 하늘을 가린 화산재가 TV화면 가득하고, 심해의 바다 속 어디선가 쓰나미가 부시럭거린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들은 갖가지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여 지구를 아프게 하고, 핵을 만들며 평화를 외치고 있다. “어디에서 떠날 것인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겨울 밤, 삽살이가 홀로 몸을 풀고 새끼를 낳았다. 코끝이 아렸다. 백 촉짜리 전구를 달아주고 비닐과 천으로 집을 둘러 주었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건만 새끼를 전신으로 감싸 안고, 젖을 물리고 있는 어미 삽살이를 위해 미역국을 끓였다. 혹한의 겨울, 지구에 오신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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