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문화로 세상보기] 영화 ‘남한산성’, 진중하고 담담한 전통사극

정재영 청소년기자 | 기사입력 2017/11/22 [09:56]

[17세, 문화로 세상보기] 영화 ‘남한산성’, 진중하고 담담한 전통사극

정재영 청소년기자 | 입력 : 2017/11/22 [09:56]
▲ 정재영 청소년기자 (용인외대부고 1학년)    

1663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을 피해 ‘인조’(박해일)는 남한산성으로 숨어들게 된다.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끝까지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는 ‘김상헌’(김윤석)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대신들은 서로에게 탓을 돌린다. 끝없는 대치 도중 추위와 굶주림으로 약해진 남한산성에 청의 황제 ‘칸’(김법래)가 도착하고 항복을 요구하며, 조선의 운명이 걸린 최후의 결정이 인조의 손에 달리게 된다.

 

대한민국은 사극에 너무나도 익숙하다. 매년 사극과 함께 로맨스, 액션, 판타지를 섞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더욱 많아질수록 사극의 본질,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기반으로 창작한 극’에는 더욱 더 멀어졌다. 김훈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한산성’은 오랜만에 대한민국에서 나온 완성도 높은 정통 사극이다. 황동혁 감독으로부터 탄탄한 인물들 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 트렌디하고 화려한 사극에서 벗어나 진중할 줄 아는 색다른 사극영화가 나왔다.

 

남한산성은 볼거리가 아닌 인물들 간의 갈등으로 극을 전개 시킨다. 충신들인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의 가치관 대립,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인조의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엄청난 연기들로 전달되는 간결하고 의미 있는 대사들의 향연은 칼의 전쟁 대신 말의 전쟁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갈등에 집중되어 있다고 인물 개개인에게 시간을 투자하기 두려워하지 않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김상헌의 등장인 노인과의 장면은 그의 믿음과 성격을 짧은 시간 내에 완벽하게 이해시키는 씬으로써, 이 영화의 인물 설정 노력들 중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다.

 

▲ (이미지제공=(주)싸이런 픽쳐스)    

 

대게 사람들이 병자호란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자극적인 인식과 반대로 ‘남한산성’은 색다른 접근을 계속한다. 전쟁씬 위주가 아닌 의견충돌과 타협의 장면들이 훨씬 많고, 인물들에게 선과 악의 공존을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청과의 전쟁을 주장했던 척화파 김상헌을 ‘나루’(조아인)나 ‘서날쇠’(고수)와 같은 인물들과 교류시켜 끊임없이 정당화시키고 이해시키며, 인조를 ‘무능한 왕’보다는 ‘나약한 개인’으로 표현한다. 또한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닌 ‘죽음으로서의 삶’과 ‘삶으로서의 죽음’의 대립을 나타냈다는 점도 병자호란을 다루는 다른 매체들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풀이다.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기반으로 극적인 스토리를 비교적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남한산성에서 백성들이 겪었던 끝없는 추위와 고통을 있는 그대로 내비추고, 임금과 신하들의 갈등을 긴박하게 풀어낸 담백한 영화이다. 중간 중간 너무 길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영화를 칼의 전쟁이 아닌 말의 전쟁을 예상하고 접한다면 허무한 분위기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삶의 목적을 중시할 것인가 삶 그 자체를 중시할 것인가를 물어보는 ‘남한산성’은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드물던 진솔한 사극이다.

 

감수=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ly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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