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월 광주’의 저항詩 번역한 日히로오카 모리호 교수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7/10/24 [10:19]

[인터뷰] ‘5월 광주’의 저항詩 번역한 日히로오카 모리호 교수

최재원 기자 | 입력 : 2017/10/24 [10:19]

독재 정권에 저항한 문병란 시인의 시집 ‘직녀에게·1980년 5월 광주’가 일본에서 출간됐다. 일본 출판본 번역은 김정훈(전남과학대) 교수와 히로오카 모리호(주오대) 교수가 맡았다. 히로오카 모리호 교수는 이번 시집을 번역하면서 한국 특유의 저항시에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시인과 한국시인에 대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혹은 논리정연하게 논하는 사람의 언어에 귀를 귀울이는 일본시와는 다르게, 한국의 시인은 감정을 실어 말하고 몸짓이나 손짓을 섞어 주장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에서 문병란 시인의 시집 '직녀에게. 1980년 5월 광주'를 번역한 히로오카 모리호 교수

 

다음은 히로오카 모리호 교수와의 일문 일답

 

○ 문병란 시집 ‘직녀에게· 1980년 5월 광주’를 일본에서 출판하게 된 계기는?

한일 정부 간 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양국민의 상호이해를 목표로 삼았다. 일본인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의 폭을 더욱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학교)와 함께 공동번역을 했는데 애로점은 없었나?

 

의견이 맞지 않아 김정훈 교수와 여러 차례 대립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이 마음이 넓다는 것을 깨닫고 기쁘게 생각했다. 나는 시답게 의역을 하려고 했고, 김교수는 직역하기를 원했다. 여러 번의 대립이 상호이해를 심화시켰다고 생각한다.

 

○ 한국 시, 특히 저항시를 읽고 느낀 감상을 들려달라.

 

사실 처음엔 재미가 없었다. 일본에는 서정시가 압도적으로 많아 나의 시적 감각과는 맞지 않았다. 번역을 하면서 점점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는 시인이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 뒤부터 한국의 저항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점에 대해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저항시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 일본의 시인은 오피니언 리더로 활약하지 않나? 일본인 학자가 본 한국시인의 특징과 그 활약상을 본 인상은?

 

언론의 자유가 어떤 형태로 뿌리 내리고 있는가 하는 점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시인에게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일본인은 없다. 일본인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혹은 논리정연하게 논하는 사람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학자나 언론인이나 정치가에게 시인으로서의 자질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감정에 호소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경계한다. 한편 한국의 시인은 감정을 실어 말하고 몸짓이나 손짓을 섞어 주장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시인은 이렇구나’ 하고 심사숙고하게 된다.

 

○ 문병란 시집이 일본에 소개됐는데, 문병란 관련 번역과 연구계획이 있다면.

 

문병란 관련 계획을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다.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의 연구를 지원하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연구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우선 현대의 일본 시와 한국 시와 일본 시를 비교 연구할 계획이다. 한사람의 시인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은 그 나라의 중요한 문화의 본질을 뚫어보는 것과 연결될 수 없다. 넓은 시야 속에서 다시 한 번 문병란을 응시할 것이다. 그런 태도로 일관하고 그게 나아가서는 문병란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과 연결되지 않을까?

 

▲ 일본에서 번역을 맡은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왼쪽)와 히로오카 모리호 주오대 교수(오른쪽)가 문병란 시인(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얼마 전 문병란 시집 간행을 기념해서 심포지엄(주오대 법학부, 주오대 정책문화종합연구소 공동주최)이 열렸다. 주오대 정책문화종합연구소에서는 <동아시아 문학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문병란 연구 관련 심포지엄이 주오대에서 다시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 덧붙인다면?

 

잘 모르겠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노력하는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문병란일지라도 일본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일본인들은 한국 문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다만 10여 년 전부터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어 팬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그건 좋은 현상이나 문학이나 사상은 아직 요원한게 현실이다.

 

문병란의 시가 일본에서 어느 정도 수용될 것인가,.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다. 일본에서 문병란 연구가 진행되는 건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다른 시인도 소개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또한 소설이나 희곡도 많이 수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작업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문병란 연구는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될 것이다.

 

# 히로오카 모리호(広岡守穂) 교수는 1951생으로 주오대 법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전공은 정치사상사이며, 저서로는 『근대 일본의 심상풍경』, 『시민사회와 자기실현』, 『젠더와 자기실현』 외 다수. 시집에는 『처음으로』, 『혼자와 모두』가 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cj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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